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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Sep 16. 2021

때로는 대단한 존재로, 때로는 별것도 아닌 존재로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보면 지구에서 61억 킬로미터를 날아간 보이저 1호가 카메라 방향을 지구 쪽으로 돌려서 사진을 한 장 촬영했다.

그 사진 속에서 지구는 셀 수 없이 많은 행성들 중에서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조그마한 점 하나로 보인다.

그래서 칼 세이건은 그 작은 점으로 보이는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이름 붙였다.

수많은 행성들 중에서 지구를 찾는다는 것은 마치 해변의 모래를 가져다가 쫙 펼쳐놓고 그중에서 모래 알갱이 하나를 콕 집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별것 아니구먼!’이라는 말이 툭 튀어나올 법하다.


저 많은 행성들 중에서 하나가 사라져버린다고 해도 아무 느낌이 없을 것 같다.

너무 많으니까 그 많은 것 중에서 하나라는 것은 값어치가 없어 보인다.

비록 그 사라지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라고 하더라도 그럴 것이다.

우주 저 멀리에서 보면 그렇게 보인다.




그런데 이 지구 안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서는 이 지구는 없어서는 안 되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지구가 우리의 전부이다.

우리의 인생이 이곳에 있고, 우리의 가정과 직장이 이곳 지구에 있다.

우주 너머에 있는 존재가 보면 별 시답지도 않은 조그만 행성들 중 하나일 뿐인데 우리에게 있어서는 그렇지가 않다.

만약 우주의 질서를 위해서 행성 하나를 없애야 한다면 어느 행성을 고를 것인가?

우주 너머에 절대자가 있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그는 쉽게 아무 행성이나 고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보기에 다 비슷비슷해 보이고 별 가치가 없어 보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만약 그 절대자가 사라질 행성으로 지구를 택한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이 들까?

고분고분하게 위에서 내린 결정이니까 “알아서 하세요.” 할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절대 안 된다며 악을 쓰며 달려들 것이다.

지구가 우리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럼 다른 행성들은 어떤가?

거기에는 사람이 살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미래에는 지구의 환경이 안 좋아질 것이기 때문에 화성 같은 곳을 개발해서 사람들을 이주시키면 어떻겠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 계획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지구 하나로도 모자라서 화성까지 망가뜨리려고 그러냐고 한다.


화성 건설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마음 밑바탕에는 화성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으니까 괜찮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람을 위해서라면,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라면 괜찮다는 생각은 인류가 이 땅에 존재한 이래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는 생각이다.

그 논리에 따르면 화성 같은 다른 행성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만 하지 말고, 사람의 생각만 하지 말고 다른 존재들의 생각도 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화성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아니다.

그곳에도 여러 물질들이 존재하고 있다.




고도로 발달된 어떤 행성의 외계인들이 와서 지구를 개발하려 한다면 우리는 얼씨구나 좋다고 환영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당신들이 뭔데 그러냐며 우리의 지구는 우리 것이니까 건들지 말라고 할 것이다.

아무리 외계인들이 지구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준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제아무리 자그맣고 약한 존재라도 자기만의 존재 가치가 있다며 항거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이런 일들은 너무 많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이런 복잡 미묘한 문제들이 늘 발생한다.

서로의 생각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지구가 제일이라고 하는 사람에게는 보이저 1호가 찍은 창백한 푸른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우주 건너에서 창백한 푸른 점만 보았다면 그 푸른 점 안에 살고 있는 80억 명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때로는 대단한 존재로, 때로는 별것도 아닌 존재로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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