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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것과 낡은 것 중에서 나는 어떤 것일까?
by
박은석
Sep 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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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의 어느 나라에서 한 3년 간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와 우리 가정을 도와주었던 현지인들이 있었다.
사무실 직원들, 운전기사, 가사 도우미 등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사무실 직원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운전기사나 가사도우미까지 둘 필요 있었겠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적어도 두 가지 이유로 그들이 필요했다.
일단 우리가 현지 언어를 못했기 때문에 우리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아파트 관리비나 각종 세금과 요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내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집에 뭔가가 고장 나서 수리기사를 부르려고 해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정말로 우리 가정의 일을 도와줄 가사도우미가 필요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외국인인 내가 그 나라에 가서 경제활동을 하는 만큼 그 사람들에게도 이익이 있어야 했다.
그렇게 나 때문에, 우리 가정 때문에 한 사람이라도 더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현지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물론 그들은 월급을 받고 일하는 것이었지만 나로서는 어색하고 미안했다.
고작 100불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한 달 내내 일하는 그들에게 미안했다.
뭔가 좀 더 도와주고 싶었다.
기왕이면 그들이 한국사람 집에서 일하는 동안 한국어를 익히면 나중에 훨씬 나은 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나는 전공이 한국어교육이니까 더더욱 우리말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마침 그 지역 한인교회에서 한국어 강좌를 진행하고 있었다.
꽤 규모가 있었고 수료자에게는 그에 맞는 자격증도 주었다.
그 소식을 듣고 운전기사와 식모에게 한국어 강좌를 수강하라고 했다.
등록금도 내줄 테고 일주일에 몇 번 있는 수강시간도 근무시간으로 쳐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No!”였다.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아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공부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공부하면 머리가 아프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지혜의 왕이라 불리는 솔로몬도 지혜가 많으면 번뇌도 많고 지식을 더하는 자는 근심도 더한다고 했다.
모르는 게 낫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을 그들은 그렇게 표현했다.
그런데 얼마 후에 그들이 나에게 우스운 이야기를 하나 했다.
만약 뇌 이식수술을 할 수 있는 때가 오면 전 세계인의 뇌 중에서 자기 나라 사람들의 뇌가 제일 비쌀 것이라고 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다른 나라 사라들은 뇌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중고품이 되어버렸는데 자기들은 신이 주신 뇌를 쓰지 않고 고이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 상품이나 마찬가지니까 당연히 제일 비쌀 것이라고 하면서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들도 자기들이 뇌를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머리를 쓰면 좋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들은 머리를 쓰지 않으니 좋다고 했다.
도통 말이 통하지 않았다.
새것과 낡은 것 중에서 어떤 것이 좋은 것일까?
새것이라고 대답하려다가 멈칫해진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새것은 아직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그것이 좋은지 안 좋은지 검증이 되지 않았다.
사용방법도 잘 모르고 손에 익숙지도 않아 어색하다.
반면에 낡은 것은 검증이 다 끝났다.
손에 익숙하고 사용하기에 편하다.
하지만 이미 빛이 바래졌고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낡은 것도 언젠가는 새것이었다.
포장지에 이쁘게 싸여 보관되고 있었다.
폼을 잡고 진열장에 전시도 되었다.
하지만 전시용으로 만들어낸 물건이 아니다.
사용하라고 만든 것이다.
그러면 써야 한다.
제아무리 신상품이어도 시간이 지나면 쓸모가 없어지고 구닥다리가 된다.
더 시간이 지나면 망가지고 부서지고 버려진다.
새것은 많이 사용해서 닳아지든지 고이 간직했다가 녹슬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둘 중에 나는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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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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