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좋다고 해서 인생이 좋은 것은 아니다

by 박은석


우리 집 아이들은 한글을 금방 깨쳤다.

딸아이는 한글 공부를 시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선생을 들였는데 두 번인가 지도를 받고 더 이상 선생이 필요 없게 되었다.

아들아이는 자기 누나가 글 읽는 게 부러웠는지 책을 들고 혼자 쫑알쫑알거렸다.

우리 부부는 아이 엄마가 읽어준 책 내용을 외워서 쫑알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진짜 책을 읽고 있었다.

아마 엄마가 읽어주는 소리를 듣고 글자를 맞춰나갔던 것 같다.


천재인 줄 알았다.

천재는 아니더라도 영재는 되는 줄 알았다.

그도 아니면 수재 정도는 될 것 같았다.

이대로만 쭉 나가면 자녀 교육은 걱정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어린이집에 가고 유치원에 가고 초등학교에 가고 중학교에 가면서 점점 보통아이가 되어가고 있다.

분명 우리 부부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유치원 교육, 초등학교 교육, 중고등학교의 교육이 문제인 것 같다.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천재를 선물로 받아서 둔재로 키워낸다.

그 방면에서는 우리의 실력은 대단히 발전되어 있다.

어린아이가 말하는 것을 보면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다.

인형 하나만 가지고도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냥 두면 소설가로 대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면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작사 작곡을 한없이 한다.

영락없는 음악가 기질이 있다.

크레파스를 쥐어주면 꿈나라도 그리고, 우주 공간도 그리고, 행복한 우리 집도 그린다.

그냥 쓱쓱 색칠한 것 같은데 다 이유가 있다.

물어보면 깊고 심오한 내용이 그 안에 담겨 있다.

그렇게만 나가면 현대 추상화의 대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뿐만 아니다.

새로운 놀이도 개발하고 만들기도 잘한다.

이야기꾼에, 노래꾼에, 그림도 잘 그리는 과학자이다.

천재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부모가 잘 가르치려고 하는 순간 아이의 천재성은 사라진다.




어른들은 자기 아이가 천재였으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쩌면 천재로 태어나서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을 꿈꾸고 있었는지 모른다.

누구나 자기에게 없는 것을 꿈꾸며 살아가지 않는가?

어른들은 천재가 되면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고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천재는 맨날 일만 하고 공부만 하고 돈만 벌면서 놀지도 못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재미없는 인생은 질색이라며 차라리 좌충우돌하며 흥미진진한 보통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낫겠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장래의 꿈을 물어보면 처음에는 대통령, 슈퍼맨, 군인, 경찰관, 소방관, 연예인 등 뭔가 특이한 직종을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한 살 두 살 커가면서 점점 꿈이 소박해진다.

어른들은 아이의 꿈이 작아지는 것을 보면서 한숨을 쉬지만 아이들은 그 작은 꿈을 더 소중히 여긴다.




천재라고 해서 천재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좋은 머리 때문에 더 힘겹게 살아갈 수도 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나았겠다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6살 때부터 작곡을 했다는 모차르트는 분명 천재였다.

하지만 서른 갓 넘은 나이에 일만 한다가 빈털터리로 세상을 떠났다.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도, 음악의 어머니라 불리는 헨델도 천재였다.

그런데 둘 다 존 테일러라는 의사에게 눈 수술을 받아서 눈이 멀어버렸다.

천재가 아니었으면 만나지도 못했을 돌팔이 의사였다.


우리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그들의 삶이 다 좋았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시련도 당했고, 실패하기도 했고, 사람들을 잃기도 했고, 몸과 마음을 다치기도 했다.

머리가 좋다고 해서 삶이 좋은 것은 아니다.

머리가 나쁘다고 해서 인생이 나쁜 것도 아니다.

내 마음이 좋다고 하면 그것으로 족한 삶, 족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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