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썼던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성씨는 같은데 나이는 나보다 많아서 형님이라고 깍듯하게 대했던 분이다.
해외에 나가서 지낸 지 20년은 된 것 같다.
그동안 두세 번 정도 만났던 것 같다.
동생인 내가 먼저 연락을 드려야 하는데 이번에도 찬스를 놓쳤다.
물어볼 게 있다며 전화통화 가능하냐는 메시지를 보내셨다.
국제전화다.
아직도 국제전화라고 하면 가슴이 한 번은 출렁인다.
‘1분 통화하면 얼마더라?’ 머리를 굴린다.
카카오톡이 나오기 전이라면 001을 먼저 눌러야 하나 080을 눌러야 하나 망설였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역시 좋은 세상이다.
카톡 보이스톡으로 전화하면 된다.
그렇지만 그쪽의 인터넷 사정은 우리보다 훨씬 열악하다.
보이스톡으로 연결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일단 한번 시도했다.
역시나 연결이 안 되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일 수도 있으니까 다시 시도했다.
이번에는 받았다.
간단한 근황을 나누고 건강에 대한 안부도 나누었다.
그 형님이 몇 년 전에 크게 아팠었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건강해졌다고 했다.
그러면 본론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혹시 OOO이란 사람 알아? 너하고 13년 전에 한 3개월 같이 일했던데...”
햐! 이런! 13년 전에 내가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었을 때의 이야기를 소환하셨다.
그런데 사람 이름을 기억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것도 3개월을 같이 일했었다니 그런 사람이 있었나 싶었다.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이번에 사람을 한 명 뽑는데 그 사람이 지원했다고 했다.
이력서 상으로는 좋아 보이는데 그래도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알고 싶었다는 것이다.
마침 이력서에 나와 함께 일했던 기간이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내 기억이 가물 가물이다.
이름을 몇 번 조용히 불러보았다.
OOO, OOO.
아! 그랬더니 입에 착 달라붙었다.
이름이 입에 달라붙는 순간 그 사람의 얼굴도 떠올랐다.
어떻게 해서 같이 일하게 되었는지 그 사연들도 생각이 났다.
그 사람의 가족들이 기억이 났다.
함께 식사했던 적도 있었고 아이들이 같이 놀기도 했다.
내가 살던 아파트 옆 동에 살았다.
성격 밝은 사람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젊은 날이었고 의욕이 넘치던 때였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불안한 날이었고 곧 다른 곳으로 갈 준비를 할 때였다.
우리는 아이가 둘인데 그 집은 넷이었다.
셋째를 가졌다고 했는데 넷째까지 한꺼번에 나온 것이다.
정말 힘들 텐데 그 가족은 정말 밝게 지냈다.
저수지의 보가 터져서 물이 쏟아지듯이 그 사람에 대한 기억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잊은 줄 알았는데 잊지 않고 있었다.
기억의 바다 저 밑으로 내려보냈을 뿐이었다.
오늘처럼 부력이 발동할 때면 언제든 다시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게 전부였다.
좋은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 말보다 더 좋은 말이 없다.
긴 시간을 함께 하지 않았어도 알 수 있다.
첫인상만으로도 느낄 수 있다.
말 한마디 얼굴 표정 한 컷으로도 그 사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일하는 모습을 보면 정성을 다하는지 건성으로 하는지 다 파악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한번 뇌리에 박히면 그 기억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10년이 지나도 그 사람에 대해서 좋다 안 좋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격이나 일하는 스타일이나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나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때 그랬다면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서 그럴 것이다.
100% 맞지는 않지만 거의 들어맞을 것이다.
“조심스러워서 물어봤는데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네! 하하하!”
그 웃음소리에 내 기분도 좋아졌다.
좋은 사람 맞이해서 지금보다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