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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매 순간 선택 상황이다
by
박은석
Oct 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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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무슨 의식을 앞두고 있듯이 마음에 갈등이 생긴다.
‘지금 일어날까 5분만 더 누웠다가 일어날까?’ 아침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하루를 마치고 밤에 잠자리에 들 때도 갈등한다.
‘조금만 더 있다가 잘까? 그냥 지금 잘까?’
그 둘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나의 하루는 이렇게 무엇인가 선택하는 일로 시작해서 선택하는 일로 마무리된다.
우리의 삶이 매 순간마다 선택하는 삶임을 깨달은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샤르트르는 인생을 B와 D 사이에 있는 C라고 했다.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서 날마다 선택(Choice)하며 산다는 것이다.
영어의 앞 글자만 따와서 B와 D 사이에 있는 C라고 표현하였다.
사주팔자를 타고났기 때문에 팔자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들린다.
팔자에 매여 옴짝달싹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내가 선택하고 만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누군가 나에게 조언을 줄 수는 있다.
가르침을 줄 수도 있다.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 그런 때는 이렇게 하는 게 좋아.”라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줄 수도 있다.
그러나 선택은 오롯이 내가 하는 것이다.
사탕발림으로 유혹하고 고함을 치며 윽박지르더라도 내 선택을 앗아갈 수 없다.
심지어는 고문을 가하고 죽음으로 위협한다 해도 내 선택권을 빼앗을 수는 없다.
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오직 나만 가지고 있다.
성격적으로 선택 상황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가 대신 결정해주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이 내린 결정에 따라가는 게 편한 사람들이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티가 난다.
“김치찌개를 먹을까? 순댓국을 먹을까? 아니면 생선구이를 먹을까?”
이런 질문을 받는 것이 싫어서 차라리 구내식당이 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잘 차려놓은 밥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먹고 안 먹고는 내가 선택한다.
선택 상황에서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그 결과에 대해서 선택한 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선택만 하는 것이라면 도가 나오든 모가 나오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러나 선택한 대로 움직였을 때 따라올 책임은 지기 싫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할지는 더더욱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점심 메뉴가 괜찮았느니 형편없었느니 하는 것으로 끝맺음을 할 수 있는 경우라면 책임질 만하다.
내 선택이 맘에 안 들었다면 커피 한 잔 사주면 된다.
하지만 내 인생을 걸고 선택하는 상황이라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 중차대한 책임을 누가 질 수 있을 것인가?
연예인들이 자신의 선택을 미화해서 ‘돌싱 돌싱’하는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씁쓸하다.
TV에서는 웃고 있지만 홀로 있을 때는 가슴을 쥐어짜며 속상해한다는 것을 우리는 느낌으로 알고 있다.
책임지는 것은 큰 고통을 수반한다.
키보드의 Del키처럼 우리의 인생의 실수들을 지워버릴 수 있는 키가 있다면 선택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천 번이든 만 번이든 다시 쓰면 되니까 말이다.
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라고 했던 노래도 있었다.
틀리면 지우개로 지우면 된다고 했다.
희망사항일 뿐이다.
지울 수가 없다.
다시 쓸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오도카니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선택해야 하는 시간이 주어져 있다.
그 시간이 끝나기 전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루비콘강 앞에 서 있던 카이사르처럼 주사위를 던져야 한다.
여기 남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 무기를 버리고 갈 것인지, 무기를 들고 갈 것인지 그 선택은 카이사르만 할 수 있었다.
승리의 보장은 없었다.
책임을 지고 싶은데 책임을 질 수도 없었다.
책임은 내 몫인 것 같지만 정작 내가 감당할 수가 없다.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때그때 선택하는 것뿐이다.
결과는 미안하지만 하늘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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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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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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