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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Oct 19. 2021

불완전한 세상에 불완전한 내가 살고 있다

책 읽기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퍼져나가면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그중의 하나는 이런 책 읽어보라고 권해주는 말이다.

아무리 다방면의 책을 읽는다 마음을 먹어도 고르다 보면 내 취향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책들을 고르기 십상이다.  

하지만 다른 이가 권해주는 책은 내가 알지도 못했던 분야를 알게 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를 생각해보게 한다.


조정래 선생의 <천년의 질문>도 최근에 누군가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조정래 선생의 책들은 선지식이 없이 그냥 읽어도 후회가 없다.

하지만 세상에 책들이 너무 많으니 마음먹지 않고는 새로운 책들을 일일이 다 찾아서 읽기가 쉽지 않다.

예전에는 신문에서 추천도서들을 제시해주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인터넷 뉴스에 익숙해서 신문을 안 본 지 꽤나 되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독서하는 인구율이 더욱 줄어들었다 하니 책 소개도 뜸해졌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놀랍고 신기한 것은 조정래 선생은 그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얻으셨을까 하는 것이다.

<아리랑>이나 <태백산맥> 같은 경우는 당신께서 몸으로 경험하고 귀로 들은 내용들을 글로 풀어쓰셨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사회의 시대상과 문제점들을 콕 집어내는 능력은 정말 대단하시다는 말밖에는 안 나온다.


이번 책은 입법, 사법, 행정부의 공무원들과 국회의원들이 관행이란 이름으로 행해온 불법들을 파헤쳤다.

거기에다가 그들과 얽힌 언론과 재벌의 불편한 이야기들까지 들려주고 있다.

작가의 이름을 덮은 채로 글만 읽는다면 40대의 중년 작가가 쓴 글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것도 같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부패상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반항끼가 가득한 책이다.

한번 읽기 시작한 소설을 중간에 멈출 수가 없었다.

손댄 김에 끝까지 달려서 책걸이를 하니까 그제서야 마음이 편했다.




전집은 한 권씩 끝날 때마다 다음 권에 계속된다는 묘한 맛이 있다.

아직은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 해결이 다 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주인공이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는데 다음 권에서는 상황이 호전될 수도 있다.

두고 봐야 한다.


마음 깊은 곳에서 주인공을 응원한다.

아직은 세상이 절망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권선징악을 응원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고 이런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글을 쓰는 작가들도 있는 걸 보니 아직은 세상에 희망이 있는 것 같다.

약한 사람에게 못된 짓을 하면서 등쳐먹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묵묵히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

그들이 한데 어우러져 세상이 돌아간다.

악한 자는 악한 짓을 하면서 살아가고 선한 자는 선한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영원하지는 않다.

끝이 온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모든 인간에게는 3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누구나 한 번은 태어난다는 것, 한 번은 죽는다는 것, 그리고 누구나 완벽하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태어남과 죽음 사이에서 완벽하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국회의원도, 고위 공직자도, 언론사도, 재벌도, 그리고 그들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모습은 다르지만 제각기 불안한 구석들이 있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끝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조정래 선생은 소설의 결말에서 정답을 제시해주지 않았다.

못된 사람들이 패가망신당하는 모습도, 선한 사람들이 인생을 꽃피우는 모습도 그리지 않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

대를 이어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들도 있고 선하게 살지만 너무 형편이 딱한 경우도 있다.

알다가도 모를 세상이고 정답을 알 수 없는 인생이다.

이 불완전한 세상에 불완전한 내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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