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잡는 자가 세상을 잡는다

by 박은석


하루 동안 마음속으로 오만 생각을 한다.

그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10분이든 20분이든 아니 한 시간도 넘도록 이어지기도 한다.

일을 하면서도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딴생각을 하는 재주도 있다.

직장 상사로부터 꾸지람을 들을 때도 눈으로는 그를 바라보고 귀로는 그가 하는 말을 듣지만 마음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면 즐거운 놀이를 하는 딴생각을 품기도 한다.

틈만 나면 딴생각을 하는 것이 우리의 주특기이다.


일 중심의 사회, 성취를 중요시하는 사회에서는 우리가 딴생각을 품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주위에서는 우리에게 주어진 일에 관한 생각이나 창조적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생각들을 하라고 요구한다.

딴생각하다가 다친다고, 일을 그르친다고 야단을 한다.

그런데 아무리 강압적으로 억누르고 다그치며 우리의 생각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딴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통해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참상을 알린 빅터 프랭클 박사는 나치가 모든 것을 빼앗아가도 나의 생각만큼은 빼앗을 수 없다고 했다.

내 몸뚱아리를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내 생각은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이다.

내 생각의 주인은 나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유가 구속당하는 상황에 처한다고 하더라도 생각할 수 있는 자유는 있다.

그 자유는 손대서는 안 된다.

생각의 자유를 빼앗아버린다는 것은 사람의 존재 자체를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는 빅브라더라는 존재가 사람들의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사회상을 보여준다.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고스란히 감시당하는 사회이다.

하지만 그런 사회 속에서도 사람들은 마음속에 온갖 딴생각을 품으며 살아간다.

말과 행동은 카메라에 찍혀서 빼도 박도 못하지만 생각은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다.

우리는 생각하는 데는 전문가이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았다고 해서 공부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뜻밖의 놀라운 발견과 발명을 하기도 한다.

아르키메데스는 시칠리아 왕의 왕관이 순금으로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합금인지 알아내라는 명령을 받았다.

도저히 해답을 찾지 못했던 아르키메데스는 목욕이나 하려고 욕탕에 들어갔다.

그때 자신의 몸무게만큼의 물이 욕탕 밖으로 흘러넘치는 것을 보며 딴생각을 품었다.

그러다가 한순간 순금을 물통에 넣으면 순금의 무게만큼 물이 넘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시칠리아 왕의 왕관이 순금인지, 합금인지 밝혀낼 수 있는 해답을 찾은 순간이었다.

딴생각이 ‘유레카(나는 찾았다)’를 이끌어낸 것이다.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딴생각을 하다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3M의 메모지 포스트잇은 딴생각을 하다가 접착제의 비율을 잘못 맞춰 만들어진 엉뚱한 제품이다.




모든 혁신은 생각에서 시작된다.

그러니까 생각은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하다.

아침식사로 먹는 시리얼은 굳어버린 밀가루 반죽을 버리려다가 ‘다시 기계에 넣어서 가루를 만들어 볼까?’하는 생각 때문에 탄생했다.

기계가 별로 안 좋은 것이었는지 가루를 만들지 못하고 대신에 밀가루 조각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덕분에 대여섯 살 아이도 스스로 아침을 챙겨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수고가 덜어졌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확 바뀌었다.

다른 사람이 한 입 베어먹은 사과를 보며 딴생각을 품은 스티브 잡스는 그 모양으로 애플의 로고를 만들었다.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생각을 잡는 자가 세상을 잡는다.

오늘 내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들을 하찮게 여기지 말자.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데카르트도 동의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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