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환경을 만든다

by 박은석


‘귤화위지(橘化爲枳), 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말이 있다.

양쯔강 남쪽의 귤나무를 양쯔강 북쪽으로 옮겨 심으면 귤이 열리는 게 아니라 탱자가 열린다는 말이다.

상황과 환경이 달라지면 사물의 성질도 달라진다는 말이다.

그럴 수 있다.

열대지방의 과일들이 맛있다고 해서 우리 집 앞에서 기를 수는 없다.

씨앗을 심어도 열매는커녕 싹도 안 날 수 있다.

지역 토산품이 유명한 이유는 다른 지역에서는 그와 같은 맛과 효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범생이었던 아이가 못된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되어 함께 어울리다 보니 그 똑똑한 머리로 교활한 못된 짓을 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문제아이고 관심사병이었는데 그 환경에서 떨어뜨려놨더니 아주 괜찮은 인물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환경에 처해야 하고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하며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

사람은 그가 처한 환경의 지배를 받으면서 살 수밖에 없다.




중국 춘추시대 말기에 제(齊)나라에는 안영이라고 하는 유명한 재상이 있었다.

언젠가 그가 사신이 되어 초(楚)나라 왕인 영왕(靈王)에게 갔다.

영왕은 안영을 한번 만나보고도 싶었고 그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심술도 있었다.

그래서 거나하게 잔치를 베풀고는 한참을 먹고 마시던 중에 안영에게 물었다.

“제(齊)나라에도 인물 좋고 풍채 좋은 사람이 많이 있을 텐데 어떻게 자네와 같이 자그마한 사람을 재상으로 삼아서 나에게 사신으로 보냈나?

좀 큰 사람이 없었나?”

그러잖아도 키가 작은 안영에게는 그 말이 아주 치욕적이었다.

그러나 안영은 태연하게 대답하였다.

“예, 우리나라에서는 사신을 보낼 때 상대방 나라에 맞게 사람을 골라 보내는 관례가 있습니다.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보내고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보내는데 신(臣)은 그중에서도 가장 작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뽑혀서 초나라로 왔습니다.”




과연 훌륭한 대답이었다.

영왕은 크게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때 포졸이 죄인 하나를 끌고 나타났다.

영왕은 “여봐라! 그 죄인은 어느 나라 사람이며 무슨 죄를 지었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포졸은 “예, 이 자는 제(齊)나라 사람이온데 절도 죄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영왕은 안영에게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하오?”라고 물었다.

이번에도 안영은 자세를 흩뜨리지 않고 초연한 태도로 대답하였다.

“강남에 있는 귤나무를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열리게 되는데 이것은 나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토질 때문입니다.

제(齊)나라 사람이 제나라에 있을 때는 원래 도둑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초(楚)나라에 와서 도둑질을 한 것을 보면 초나라의 풍토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기지와 태연함에 초왕은 깊이 탄복하였고 안영을 환대하는 한편 제나라를 넘볼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똑같은 나무여도 어느 곳에서는 주렁주렁 열매가 맺히는데 어느 곳에서는 삐쩍 말라죽는다.

나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나무가 심긴 땅에 문제가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형편없어 보이는 것은 그 사람의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그 사람을 대하는 나의 문제이고 그 사람과 함께 있는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학창시절에는 실력도 없어서 한구석에 찌그러져 있었는데 지금은 떵떵거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친구가 있다.

반면에 그때는 세상을 다 얻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친구도 있다.

어떤 환경에 처했느냐, 어떤 사람을 만났느냐의 차이였던 것 같다.

좋은 사람 데리고 와서 망쳐놓는 조직도 있고 별 볼 일 없는 사람을 데려다가 실력자로 만들어내는 조직도 있다.

좋은 환경이 좋은 사람을 만든다.

또한 좋은 사람이 좋은 환경을 만든다.

그 사이에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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