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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만 보고서 그 사람을 안다고 할 수 없다
by
박은석
Nov 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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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조조는 비열한 남자처럼 보인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으로 비친다.
자기 밑의 신하들에게는 충성을 요구하였지만 정작 자신은 충성을 다하지 못했다.
강력한 힘을 앞세워 철권통치를 단행했다.
조조에게 잘못 찍히면 죽음만 올 뿐이었다.
조조 때문에 억울하고 원통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조조는 자신이 죽을 때가 되자 자기 무덤을 72개나 더 만들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물론 소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유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른다.
하여튼 72개의 가짜 무덤을 만들라고 한 것은 그만큼 조조가 백성들을 두려워했음을 알 수 있다.
자기가 죽은 후에 누군가 자기 무덤을 훼손할까 겁이 났던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세상에서 제일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람이 그렇다.
겉으로는 센 척해도 속은 약한 경우가 많다.
열대지방의 어느 수목원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햇살이 내리쬐고 비도 많이 와서 그런지 수풀이 무성했다.
어떤 나무는 1년에 몇 미터씩 자란다고도 했다.
그렇게 나무가 빨리 자라면 나무를 팔아 돈을 잘 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나무가 빨리 자라는 만큼 속이 알차지 못했다.
심지어는 나무의 나이를 가늠한다는 나이테도 없는 나무도 많았다.
불쏘시개로는 쓸 수 있지만 목재로는 쓸 수 없다고 했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이 약하기 때문이다.
겉모양이 그럴듯해 보였기에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완전히 빗나갔다.
이렇게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했다가 낭패를 당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사람들이 나를 속이려고 했던 것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내가 그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내린 것이다.
대학 선배 중에 얼굴이 번지르르하고 말도 잘하는 선배가 있었다.
한 번은 그 선배가 자기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데 함께 가자고 했다.
나는 그 선배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대단한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대학로에 있는 식당에 셋이 모여서 실컷 먹고 마셨다.
나는 기분 좋은 만남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선배는 그날 그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하려고 했던 것이다.
선배의 여자 친구는 눈물을 흘리면서 헤어지지 말자고 했다.
선배는 냉혹했다.
그 둘의 사정이 그 후 어떻게 이어졌는지는 모르겠다.
식당을 나오려는데 선배가 마침 지갑을 갖고 오지 못했다고 했다.
나에게 대신 계산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내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는 않았다.
그런데 지갑에 학생증이 있었다.
그거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연락처를 적어주고 학생증을 맡기고 돌아왔다.
당연히 선배가 다음날 음식값을 지불할 줄 알았다.
며칠 후에 식당에서 외상값 갚으라는 전화가 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둑놈 취급을 받았다.
선배에게는 연락도 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식당에 가서 죄송하다며 값을 지불하고 왔다.
그러자 기적처럼 그 선배가 보이기 시작했다.
선배는 미안하다며 나에게 곧 돈을 갚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었다.
그 후로 그 선배는 내 눈에 잘 보이지 않았다.
누가 보더라도 돈 많은 집 아들처럼 보였던 선배다.
연애를 잘하고 사람을 많이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선배는 어쩌면 가난했던 나보다 더 가난했는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을 사랑할 수조차 없을 만큼 힘겨운 삶을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겉모습만 보고서는 사람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사람의 속모습을 볼 수도 없다.
어쩔 수 없다.
눈으로는 겉모습을 보면서 마음으로는 그 사람이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사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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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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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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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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