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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Nov 08. 2021

자존심이 허물어지지 않았던 때

  

북아메리카에 백인들이 들어오기 전에 이미 그 땅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백인들은 그들을 원주민이라 또 인디언이라고 했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그냥 나와 너, 우리 식구, 우리 이웃, 우리 부족이라고 불렀다.

흔히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사람들을 청교도라고 알고 있는데 종교의 자유를 찾아서 떠난 청교도들도 있었고 일확천금을 꿈꾸고 떠난 이들도 있었다.

새로운 땅에서 발붙여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인디언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 수밖에 없었다.

먹을 것도 얻어먹고 그 땅에 적합한 농작물이 어떤 것인지도 배웠다.

슬슬 백인들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이것저것 개발도 많이 했다.

그러다가 그 땅에 금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돈을 보면 눈이 뒤집히듯이 백인들도 그랬다.

너도나도 금맥을 찾기 위해 혈안이었다.

금 앞에서는 친구도 이웃도 없었다.




서부영화를 보면 총잡이들이 나와서 실력대결을 하는 장면이 꼭 나온다.

어렸을 때는 그 장면이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친구들끼리 나무막대기로 권총 모양을 만들고 총싸움 놀이도 많이 했다.

그런데 총잡이들이 오고 총질을 하는 이유는 거의 동일하다.

돈 때문이다.

금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사람을 쏴 죽인다.

인디언들에게도 그랬다.

체로키 인디언들이 살고 있던 조지아주에서 금광이 발견되었다.

엄청난 금이 그 땅에 묻혀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들었다.

그런데 그 땅에 인디언들이 살고 있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시 백인들도 뜨거운 사람의 피가 흐르던 사람들이니까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결정은 두고두고 역사에 아픔이 되는 방향으로 흘렀다.

인디언들을 그 땅에서 내쫓기로 한 것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내는 격이다.

당연히 인디언들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고향을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체로키 인디언들에게는 금이 필요하지 않았다.

금이 필요하면 금을 가지라고 했다.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면 된다고 했다.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서 서로 돕고 나눠주면서 살면 좋다고 했다.

그러나 백인들은 달랐다.

금도 갖고 그 땅도 가지려고만 했다.

나눠가지려고 하지 않았다.

자기만 가지려고 했다.

그래서 체로키 인디언들을 힘으로 밀어붙여서 쫓아냈다.

그것도 무려 1300Km나 멀리 떨어진 오클라호마 호숫가로 말이다.

1838년 11월 17일부터 무려 1만 5천 명 가량을 쫓아냈다.

체로키 인디언들은 그 추운 겨울에 4개월 동안 걸어서 고향을 떠나갔다.

가는 도중에 4천 명 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총을 든 백인들은 그들을 따라가면서 3일에 한 번씩만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했다.

죽은 가족을 땅에 묻지도 못해서 그들은 식구들이 목숨을 잃으면 장례를 치를 수 있는 날까지 그 시신을 안기도 하고 업기도 하면서 이동을 했다.




백인들은 그들에게 힘든 사람은 편안히 가라고 마차를 제공해주었다.

하지만 체로키 인디언들은 그 누구도 마차에 타지 않았다.

후대 사람들이 체로키 인디언들이 걸은 그 길을 ‘눈물의 길(The Trail of Tears)’이라고 불렀지만 정작 체로키 인디언들은 힘들다며 징징거리지도 않았고 눈물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것은 그들의 자존심이었다.

백인들이 내민 마차에 올라타는 것, 그들에게 눈물을 보이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 일이었다.

자존심은 다른 사람이 세워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지켜가는 것이다.

내 고향을 빼앗고 내 집을 허물 수는 있을지라도 내 눈물은 빼앗을 수 없고 내 마음은 허물 수 없다는 자존심이 체로키 인디언들에게 있었다.

오래전 읽은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그렇게 말한다.

너무나 아픈 시절이었지만 너무나 따뜻했다고 한다.

자존심이 허물어지지 않았던 때였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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