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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Oct 27. 2021

꿈이든 현실이든 모두 다 소중하다


“별일 없으시죠?”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흔히 하는 인사말이다.

그제가 어제 같고 어제가 오늘 같은 날을 살고 있다.

뭔가 특별한 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일상은 별다른 변화가 없이 어제가 오늘이 된다.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 날마다 새로운 사건이 터져서 긴장감이 도는데 내 삶은 그렇지가 않다.

무미건조하다고 해야 할까?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일까?

감정이 무디어진 것일까?

환경의 변화에 신경을 끄고 사는 것일까?

그래서 꿈을 꾸는 것 같다.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어서 눈을 감고 꿈을 꾸고 눈을 뜨고서도 꿈을 꾼다.

꿈속에서는 하늘을 날기도 하고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지옥 끝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사자와 싸우기도 하고 용을 타고 하늘을 오르기도 한다.

왕이 되어 “여봐라!”하고 외치기도 하고 쫄딱 망해서 누군가에게 쫓기며 불안에 떨기도 한다.

정말 특별한 일들이 펼쳐진다.




달콤한 꿈이었는데 깨버렸다고 아쉬워할 때가 있고 무시무시한 꿈이었는데 깨어서 다행이라고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일단 한번 꿈에서 깨면 다시 꿈속으로 들어가서 꿈속의 삶을 살지 않고 꿈을 깬 일상의 삶을 산다.

꿈은 그냥 그리움으로 남겨두고 잠시 후에 잊어버린다.

꿈은 현실이 아니니까 빨리 잊어버리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러면서 한가닥 희망을 걸기도 한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정말 꿈일지도 모른다.

내가 꾼 꿈을 다른 사람들은 누구도 알 수 없듯이 지금 내가 꿈속을 걸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무도 모른다.

내 생이 다하는 순간이 어쩌면 내가 인생이라는 꿈에서 깨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만약 내 인생이 한 편의 기나긴 꿈이라면 그 꿈의 끝까지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즐거운 일들도 있고 무서운 일들도 있을 텐데 끝이 어떻게 될지 자뭇 궁금해진다.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라고 말들을 한다.

꿈은 중요하지 않고 꿈을 깨고 난 후의 삶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금이야 하루 24시간 중에서 잠자는 시간이 4분의 1 정도밖에 안 되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달랐다.

그때는 하루의 3분의 1이 꿈꾸는 시간이었다.

아니 더 어렸을 때 아기였을 때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꿈을 꾸며 살았다.

세상에 나오기 전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는 하루 온종일 꿈만 꾸었다.

그러니까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라는 말도 다 들어맞지는 않는 것 같다.

꿈꾸는 것도 내 인생이고 현실을 사는 것도 내 인생이다.

만약 지금 내가 살아가는 삶이 한 편의 꿈이라면 어떨까?

그러면 조금 힘들더라도 조금 아프더라도 조금 괴롭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

깨고 나면 꿈에서의 고통은 사라질 테니까 말이다.

오히려 꿈에서 아팠던 것 때문에 현실의 큰 변화 없는 평안이 더 소중하게 여겨질 것이다.




이지예 작가가 쓴 <달러구트 꿈 백화점 1,2>에는 꿈이 우리 삶의 중요한 한 부분임을 잘 표현해주었다.

다시 못 만날 것 같았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간,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과는 다른 또 하나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꿈이 주는 시간이다.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 이해하지 못했던 일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꿈이 우리에게 주는 기회이다.

꿈꾸는 시간은 낯익은 듯 낯설다.

낯익은 게 99.9% 정도 되고 낯선 게 0.1% 정도 될 것 같다.

낯익은 것과 낯선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언제나 인생은 99.9%의 일상과 0.1%의 낯선 순간이었다.

이제 더 이상 기대되는 일이 없다고 슬퍼하기엔 99.9%의 일상이 너무도 소중했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도, 매일 먹는 끼니와 매일 보는 얼굴도.”

꿈이든 현실이든 나에게는 둘 다 소중하다.

그게 바로 나의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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