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좀 안다고 자랑하지 말아야 한다

by 박은석


마오쩌둥이 “장성에 올라보지 못한 자는 사나이가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 후로 사내임을 증명하려고 해서 그런지 만리장성을 방문한 사람들이 엄청 많다.

나도 북경에 갔을 때 만리장성을 방문했다.

방문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내가 걸어본 만리장성의 길이가 고작 3백Km 남짓밖에 안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어느 코스였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를 안내하는 분이 그날은 만리장성에 간다니까 그런 줄만 알았다.


장성임을 알려주는 표지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관문을 지나 만리장성 포장된 길을 올라갔다.

장성의 길은 생각보다 넓었고 높았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사방이 휑하니 내려다보이는 높이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걷다가 다리가 후들거려서 일찍 내려왔다.

그게 전부이다.

하지만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면 나도 만리장성에 가보았다고 큰소리친다.

나도 사나이라고 말이다.




생각할수록 웃기는 일이다.

만리장성의 전체 길이가 2만Km가 넘는다고 하는데 고작 3백 미터쯤 걷고서 만리장성을 갔다 왔다고 하니 이런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장성은 긴 거리를 가로지르는 동안 산도 만나고 사막도 만나는데 나는 그것들은 보지도 못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에게는 만리장성이 굉장히 크다는 둥 엄청 길다는 둥 말을 한다.

내가 경험해서 쏟아놓는 말이 아니라 내 머릿속으로 상상해서 끄집어내는 말이다.


만리장성에 가보지 못한 사람은 내 말을 듣고 또 자기 머릿속으로 만리장성을 그려낼 것이다.

그런데 만리장성을 1Km쯤 걸은 사람은 내가 하는 말을 듣고 무슨 생각을 할까?

고작 300m 걸은 사람이 뭘 봤겠냐고 할 것이다.

만리장성을 10Km쯤 걸은 사람을 만난다면 나는 장성에 갔었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듣고만 있을 것이다.

괜히 나도 뭐 좀 안다고 말했다가는 온갖 창피만 당할 것이다.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전체 지식에 비하면 지극히 작은 일부분일 뿐인데 마치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떠벌릴 때가 참 많다.

나보다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목에다 힘을 빳빳하게 주고 침을 튀면서까지 말한다.

마음은 엄청 우쭐댄다.

집에 돌아와서 내가 했던 말들을 생각하다가 아차!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가 있다.

분명히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다른 해석이 있었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하나의 가설일 뿐이라는 말이 적혀 있기도 했다.


그런 때는 전화를 해서 내가 잘못 말했다고 알려주기도 애매하다.

그저 내 말을 들은 사람이 빨리 그 말을 잊어버리기만을 바랄 뿐이다.

만약 그 사람이 내 말에 크게 감동을 받아서 다른 사람에게 내 말을 옮기면 큰일이다.

“박은석이 말하던데 말야, 그것은 이것이래.” 그러면 내가 가짜 정보를 흘린 꼴이 난다.




수목원 같이 분위기 좋은 곳에는 그곳을 소개하는 사진을 전시해 놓는다.

사진 한 장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봄여름가을겨울의 풍경을 각각 담은 사진을 여러 장 보여준다.

그래야 그곳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모임에 들어갔을 때도 적어도 1년은 지나야 그 모임을 제대로 알 수가 있다.

사람을 만나더라도 충분한 시간이 지나야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것은 말이 맞지 않는다.

하나를 보고서 열을 추측할 뿐이다.

하나를 보면 하나를 알까 말까이다.


앞에 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서 친구인 줄 알고 뒤통수를 때리며 반갑다고 했다가 그 사람에게서 혼난 적도 있다.

다른 사람이었다.

내가 안다고 했던 것이 나를 무식하게 만들었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앞으로는 어디 가서 아는 체 하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뭘 좀 안다고 나의 지식을 자랑하지 말고 지식 앞에서는 항상 겸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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