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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벅찬 오늘 하루
모두가 안녕하고 아듀(adieu)했으면 좋겠다
by
박은석
Dec 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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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여러 표현 중에서 ‘안녕’이란 말이 참 좋다.
만날 때 할 수도 있고 헤어질 때 할 수도 있고 어르신에게나 아이에게나 누구에게나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사용 가능한 말이다.
심지어는 장례식장에 가서도 영정 사진 앞에서 고인에게 안녕히 가시라고 말할 수 있다.
영어의 ‘굿바이(Goodbye)’와는 어감부터가 다르다.
‘씨유(See you)’라는 말과도 느낌이 다르다.
15억 인구가 사용한다는 중국어의 ‘짜이지엔(再見)’으로도 우리말의 ‘안녕’이란 의미를 다 담을 수 없다.
우리말은 마치 된장, 간장의 그 깊이 우려낸 맛이 말 속에 들어있는 것 같은 묘미가 있다.
뜨거운 욕탕에 들어가서 “어, 시원하다.”라고 했을 때 그 시원하다는 말은 세계 그 어느 나라의 말로도 제대로 번역하지 못할 것이다.
오직 우리말로만 표현할 수 있다.
우리말을 제대로 번역하지 못해서 아직 우리나라에 노벨문학상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안녕’이란 말과 조금 비슷한 느낌을 주는 프랑스 인사말 중에 ‘아듀(adieu)’라는 말이 있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우리도 종종 인사말로 “아듀!”를 외친다.
“안녕히 가세요, 잘 계세요.”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영어의 ‘See You again’처럼 조만간 다시 만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하는 인사말이 아니다.
긴 이별이나 작별을 할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그러니까 12월 31일 자정 즈음에 “아듀!
2021년”이라고 외치는 것은 2021년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외치는 것이다.
가는 사람 못 가게 하려고 옷깃을 잡는 것도 아니고 다시 돌아오게 하려고 긴 끈을 묶어서 달아놓는 것도 아니다.
완전히 떠나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떠나보낼 게 무엇이 있을까?
한 해 동안 우리를 괴롭혔던 아픔과 슬픔, 괴로움과 고통들일 것이다.
그런 것들은 정말 다시 맞이하지 말고 “아듀!”해버려야 한다.
그런데 이 아듀라는 단어의 뜻을 풀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도니다.
‘아듀’의 ‘아(a)’는 ‘au’의 줄임말로서 ‘~에서’혹은 ‘~로’라는 뜻을 가지며 ‘듀(dieu)’는 ‘데오스(Deus), 즉 ‘하나님’이라는 뜻을 지닌다.
그래서 이 두 단어를 합친 ‘아듀(adieu)’를 직역하면 ‘하나님 앞에서’라는 말이다.
그런데 인간이 하나님 앞에 선다는 것은 죽었을 때나 가능하다.
그러니까 아듀를 외친다는 것은 다시 보지 못할 관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말이 사이가 안 좋은 사람끼리 하는 말이라면 ‘너랑 나랑은 이제 끝장이다.
하나님 앞에 설 때까지 더 이상 너를 보지 않겠다.’라는 의미가 된다.
정말 인간관계를 끝장내버리는 냉혹한 말이다.
그러니까 ‘아듀’가 발음도 좋고 좀 폼 나는 말이라고 느껴지더라도 상대방에게 함부로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자칫하면 지금까지 공들인 모든 인간관계가 이 한마디의 말로 와르르 허물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언어는 한 가지 의미만 내포하지 않고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
그래서 아듀도 좀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아듀가 ‘하나님 앞에서’라는 뜻이라면 ‘나도 하나님 앞에 설 것이고, 너도 하나님 앞에 설 것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헤어지지만 다시 만날 것이라는 위로의 말이 되기도 한다.
단지 그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뿐이다.
그때까지 서로 ‘안녕’하자는 말이 이 ‘아듀’라는 말에 들어있는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이 얼마나 멋진 인사말인가!
이 말에는 서로의 믿음도 고백하고 건강도 기원하고 서로를 축복하는 말도 다 들어 있다.
우리를 아프게 했던 모든 일들,
우리에게 눈물짓게 했
던
모든 일들은 이제 영원히 ‘아듀’하고 떠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디에 있든지 어떤 상황이 닥치든지 하나님 앞에 설 때까지 모두가 다 안녕했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모두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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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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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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