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맞이하는 마음

by 박은석


모처럼 손님을 맞았다.

손님은 숫자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언제나 마음에 부담을 준다.

일단 손님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도록 공간을 배치해야 한다.

자리를 정돈하다 보면 구석구석에 눈엣가시처럼 볼썽사나운 것들이 보인다.

치워도 치워도 치울 게 나온다.

어쨌든 대충 정리를 마치면 이제는 뭘 먹어야 하나가 큰 고민이 된다.

손님들의 연령대가 다양하면 식단을 짜는 것도 큰 부담이 된다.

식사 대접만 잘해도 손님맞이의 절반 이상은 성공이다.

다행히 요즘은 집에서 식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집 밖 식당에서 식사 대접을 하는 것이 일상의 모습이 되었다.

입소문이 좋은 식당을 하나 예약해두면 식사 문제는 해결된다.

이제 남은 고민은 나를 찾아온 손님과 무슨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말 한번 잘못했다가 괜히 얼굴 붉힐 수도 있으니까 기분 좋은 이야깃거리를 생각해둬야 한다.




사람 하나 맞이하는 데도 이렇게 신경 쓸 것이 많다.

온 집안이 움직여야 제대로 손님 대접을 할 수 있다.

나보다 사회적인 위치가 높은 사람이야 당연하고 나보다 조금 쳐진다고 여겨지는 사람이라고 해도 성의 없게 대할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수준에 맞춰서 상대방을 대한다.

내가 한 기업의 CEO라면 나를 만나러 오는 사람을 CEO처럼 대해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을 만나는 유익과 보람이 있다.

어차피 만날 사람인데 별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여긴다면 괜히 내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하는 꼴이 되고 만다.

설령 지금은 별로 영향력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몇 년 후에는 엄청난 인물이 될 수도 있다.

그때 ‘아, 저 사람, 예전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었는데.

그때 명함이나 한 장 받아둘 걸.’하며 후회할 수도 있다.

내가 그 사람을 극진히 대접하면 나도 그 사람에게 극진히 대접받을 수 있다.

내가 먼저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몇 년 전에 동네에 자주 가던 커피숍에서 한 청년을 만났다.

그때 갓 서른 살 되었을 것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성장했고 돈을 벌려고 수도권으로 올라왔다고 했다.

그런데 집을 떠나서 살아가는 게 만만치 않았다.

고시원을 전전하며 일용직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커피 바리스타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커피숍 사장님의 배려로 주말에는 거기서 일하고 있었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주로 꿈을 가지라는 말이었다.

바리스타가 꿈이라면 부지런히 돈을 모아서 이탈리아로 배낭여행을 가라고 했다.

중동에서 시작된 커피 문화가 지중해를 거쳐 이탈리아에 전해지면서 세계적인 음료가 되었으니까 이탈리아에는 가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거기서 100년이 넘는 커피숍들을 찾아가서 이야기도 듣고 사진도 찍고 커피도 마셔보라고 했다.

그 경험을 책으로 남기면 당장 내가 사겠다고 했다.




얼마 후 그는 고시원을 옮겼고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 후 3~4년이 흘렀다.

오랜만에 그 커피숍에 갔는데 정장을 빼입은 그 청년이 와 있었다.

말쑥하게 변해버린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고시원을 옮긴 후에 굉장히 힘들게 살았다고 했다.

그러던 중에 커피 원두를 배달하는 일을 했는데 그를 좋게 보신 사장님들 덕분에 거래처가 점점 많아졌다.

처음에는 커피포대를 짊어지고 지하철과 버스를 탔다고 했다.

거래처가 늘면서 감사하게도 자동차가 생겼다.

그리고 아예 그에게 커피 회사를 하나 차리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일용직 알바생이 커피 회사 사장님이 된 것이다.

내가 그때 그 청년을 알바생이라고 함부로 대하지 않고 좋게 대해줬으니 천만다행이었다.

정현종 선생이 <방문객>에서 노래한 것처럼 한 사람이 내게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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