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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Dec 08. 2021

생각하면 다정해진다

   

지구상에 살아가는 인류의 조상을 호모 사피엔스라고 보고 있다.

생각할 줄 아는 인간이란 뜻이다.

인류학자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살던 시절에 지구에는 여러 종류의 유인원들이 있었다고 한다.

호모 사피엔스가 절대 강자는 아니었다.

정작 강한 부류는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호모 에렉투스였을 것이다.

맨주먹으로 싸우는 것보다 막대기나 돌을 가지고 싸우는 게 훨씬 유리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 강한 호모 에렉투스는 멸절하였고 약하다고 생각되었던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원인은 무엇일까?

학자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유인원들에게는 없는 그 무엇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무엇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 같았던 호모 사피엔스를 역사의 승리자로 만들어 주었다.

다른 종류의 유인원 조상들은 멸절하였는데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았다.

호모 사피엔스를 살아남게 한 그 무엇은 ‘다정함’이다.

서로를 친근히 대하는 마음이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쓴 <사피엔스>에서는 호모 사피엔스의 다정함을 ‘뒷담화’ 잘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맨날 모여서 뒷담화하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까 그게 정보가 되었고 그 정보로 상대를 이길 수 있었다는 말도 안 되게 우습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주장을 펼쳤다.

하긴 주먹싸움보다 더 심한 게 말싸움이다.

주먹싸움은 조금 상처를 입히고 금방 끝나지만 말싸움은 몸과 마음에 훨씬 큰 상처를 내고 평생 이어지기도 한다.

말 잘하는 사람이 이길 확률이 높고 한마디 말로도 이길 수 있다.

그런데 말을 잘 하려면 들어주는 상대가 있어야 한다.

혼자 떠들면 의미 없는 메아리만 될 뿐이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를 설득하려고 온갖 대화의 기술이 발전한다.

당연하다.

대화의 기술로서 가장 기본적인 이치는 상대방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러려면 상대방에게 다정하게 굴어야 한다.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의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는 특이한 실험을 소개한다.

보노보와 침팬지를 앞에 먹을 것이 많이 있을 때 각각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 하는 실험이었다.

보노보는 그 상황에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코르티솔의 분비량이 급증한다.

그런데 침팬지는 스트레스가 없다.

오히려 남 앞에서 우쭐댈 때 나오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된다.

그다음 행동을 보면 보노보는 이 음식을 다른 누구에게 나눠준다.

특히나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보노보보다 처음 보는 보노보에게 그리고 몸이 약한 보노보에게 더 많이 나눠준다.

이 특이한 현상을 살펴본 학자들은 보노보가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이 많은 음식을 누구와 함께 나눠먹을까?’ 고민하느라 받은 스트레스라고 보게 되었다.

반면에 침팬지는 그 많은 음식을 혼자 다 먹는다.

스트레스받을 이유가 없다.




언뜻 보면 보노보는 미련한 것 같고 침팬지는 똑똑한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보노보가 훨씬 영리하다.

보노보는 다정하게 굴면서 팀을 만들고 침팬지는 자신의 강함을 뽐내면서 혼자가 된다.

그래서 보노보는 늘 여러 마리가 어울려 다니며 즐거워하지만 침팬지는 외롭다.

두세 마리가 함께 다니더라도 서열이 분명하기 때문에 다정한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동물들의 개체수를 살펴보면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가축들의 개체수가 월등히 많다.

사람의 도움을 받고 번식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 녀석들이 사람과 같이 지내게 된 원인을 연구해봤더니 그들에게서 다정한 유전자가 많이 발견되었다.

다정한 놈이 살아남는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게 된 것이다.

흔히 강한 자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긴 시간을 놓고 보면 다정한 자가 살아남는다.

호모 사피엔스, 생각하는 인간은 결국 다정한 인간이었다.

생각하면 다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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