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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편히 살 수 있는 삶의 지혜
by
박은석
Dec 1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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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쓴다.
어떤 일을 할 때도 대충 처리하지 않는다.
보고 또 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단번에 오케이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이렇게도 고쳐보고 저렇게도 고쳐본다.
자기만의 방식과 해석의 틀이 있다.
그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일을 마무리지으면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고 좋게 보인다.
그렇게 매뉴얼을 만들면 그다음에 따라오는 사람들이 편하다.
이대로 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거기에 맞추기만 하면 된다.
틀에 맞추는 것은 처음 몇 번은 편하고 좋은데 횟수가 더해갈수록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처음에는 굉장히 창조적인 작업이라고 여겼는데 가면 갈수록 창조적인 면은 사라지고 틀에 맞추는 데에만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조금이라도 틀이 깨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눈엣가시처럼 불편해 보이기 때문이다.
완벽주의 기질이 있는 윗사람을 모셨던 적이 있다.
그분의 기준에 합격하기란 도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문서작성을 할 때는 글자와 글자 사이의 간격을 마이너스 15%로 하라는 요구를 하셨다.
그래야 글자가 모아져서 한눈에 들어온다고 말씀하셨다.
그 요구대로 해 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도 나만의 완벽기질이 있고 나만의 고집이 있다.
그래서 살짝 틀어서 나만의 틀을 만들었다.
글자와 글자 사이를 마이너스 10%로 했다.
이 기준은 지금도 내 글쓰기에 적용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나는 문서작성을 할 때 글자 사이의 간격을 마이너스 10%로 한다.
-15%와 -10%를 구별할 수 있다면 정말 완벽주의자이다.
그래서 한 번 테스트해 보았다.
마이너스 10%로 작성한 문서를 살짝 올려드렸더니 역시 눈치채지 못하셨다.
하하하.
그분도 완벽주의자가 아니시라는 증거였다.
그럼 그렇지 사람은 다 틈이 있다.
자신을 완벽주의자라고 하는 사람 곁에는 가기가 꺼려진다.
내무감사받듯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나를 스캔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말 한마디 할 때마다 불편하다.
말실수가 생길까 책잡힐까 신경이 쓰인다.
완벽주의 기질이 있는 사람 곁에는 항상 예스맨들이 있다.
그들은 No를 외치지 못한다.
아니라고 하면 그건 틀린 답이 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분의 뜻대로 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분이 생각하는 완벽이 된다.
그러려면 옆에서 항상 “옳소!”를 외쳐주어야 한다.
그렇게 외친 후 예스맨들은 자신의 존재가 무슨 가치가 있는지 고민을 한다.
자신을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게 된다.
생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 존재이다.
그런데 생각이 없다면 컨베이어벨트를 돌리는 기계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그래서 완벽주의자와는 거리를 두려고 한다.
그래서 완벽주의 기질이 있는 사람은 늘 외롭다.
역사의 흥망성쇠를 보면 완벽을 추구하는 순간 국가도 사회도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나라를 세워서 조직을 정비하고 법령을 만들 때는 상승세를 탄다.
모든 매뉴얼을 완성시킨 임금을 성종이나 성조로 불렀다.
조선시대에도 성종(成宗) 때 경국대전을 완성했다.
조선은 거기까지 올라간 후 내리막이었다.
정해놓은 법처럼 살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왕이 있으면 나라가 안정된다고 생각했는데 왕국을 이루어서 폐해가 더 많기도 했다.
아리안 민족의 이상사회를 꿈꾸었던 나치즘은 히틀러의 자멸로 끝을 맺었다.
노동자의 단결로 공동사회를 추구했던 공산주의도 냉혹한 역사의 평가를 받았다.
최대 다수의 최대 선을 추구하는 민주주의도 계속 수정되고 있다.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완벽한 국가도 없고 완벽한 세상도 없다.
적당히 흠이 있고 부족한 면이 있다.
그 사실을 겸손히 받아들이는 게 맘 편히 살 수 있는 삶의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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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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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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