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Jan 11. 2022

한 권의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좋은 소식은 말하지 않아도 소문이 난다.

듣는 순간 재빨리 누구에겐가 전하고 싶어진다.

좋은 책도 그렇다.

아는 사람에게 빨리 전해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책이 넘쳐나서 도서관에도 서점에도 다 둘 수가 없다.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책도 있고 제목만 읽고 지나가는 책도 있다.

한 번 읽어보는 책도 있고 두고두고 읽는 책도 있다.

그중에서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책들은 단순한 지식과 정보만 알려주지 않았다.

가슴에 ‘쿵’하고 울리는 어떤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그런 책을 발견한다는 것은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는 것처럼 기적과 같은 일이다.

큰 행운이다.

좋은 책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내 마음을 너무나 잘 알아준다.

좋은 책은 좋은 스승님처럼 나에게 깊은 가르침을 준다.

좋은 책은 책장을 덮는 순간 너무나 큰 선물을 받았다는 벅찬 감동을 준다.

최근에 또 그런 선물을 받았다.




그 책은 1934년에 태어나신 분을 인터뷰한 내용을 엮었다.

인터뷰이는 이어령 선생이고 인터뷰어는 김지수 작가이다.

이어령 선생이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인이라는 점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반대하는 사람은 그 스스로 지성인이 아님을 증명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그분은 88서울올림픽 개막식에 굴렁쇠 굴리는 소년을 내보내 전 세계인을 놀라게 하신 분이고 우리나라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내신 분이시다.

강의실이 미어터질 만큼 학생들에게 명강의를 하셨고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된 작가이기도 하시다.

애니메이션 회사를 운영하는 내 처남은 10년쯤 전에 그분과 함께 <이어령의 80초 생각 나누기>라는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그때 매주 이어령 선생을 만나서 말씀을 듣는다는 처남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나는 처남이 만든 동영상을 KBS방송으로 보면서 이어령 선생의 가르침에 푹 빠져들곤 했다.




김지수 작가와 이어령 선생의 인터뷰는 2019년부터 시작해서 1년 넘게 진행되었다.

췌장암 말기 투병중인 이어령 선생은 봄이 오면 당신은 천국으로 갈 것이라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

김지수 작가의 입장에서는 선생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소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암환자와의 인터뷰이기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작은 소리로 진행되었을 것 같은데 책을 읽는 동안에 쩌렁쩌렁 울리는 선생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이성복 시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스승이란 생사를 건네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이어령 선생이 이 시대의 스승이니까 우리에게 생사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죽음을 앞둔 이어령 선생을 보면서 죽음을 생각하게 되고 여전히 살아 있는 이어령 선생의 말씀을 들으면서 삶을 생각하게 된다.

무거움과 가벼움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역시 이어령 선생은 언어의 달인이시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 어떤 무거운 주제일지라도 아주 쉽게 풀이하신다.

문학 작품 속 내용을 끌어오기도 하고 철학과 과학 이론을 가져와서 적절한 예화를 만들어내기도 하신다.

마치 성경의 복음서에서 예수가 가르칠 때 사용했던 방식처럼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신다.

어쩌면 그렇게 상황에 딱 맞는 비유를 들 수 있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똑똑하다고 해서 설명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말을 잘한다고 해서 잘 가르치는 것도 아니다.

해박한 지식과 지혜를 소유하면서도 전달력이 뛰어나야 하고 소통력도 뛰어나야 한다.

이어령 선생은 이 모든 것을 갖추신 귀재이시다.

그러니까 그 가르침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고 머릿속에 콕콕 박힌다.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독서량이 1년에 1권 내지 2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1권으로 이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었으면 좋겠다.


++ 책 내용을 소개하지 않은 이유는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입니다.
++ 처남이 만든 영상도 한 편 올려드립니다. 영상 속 꼬맹이 목소리는 제 조카인데 이제 사춘기 청소년이 되었네요. ㅎㅎ <이어령의 80초 생각 나누기> 
https://youtu.be/kvnyEkWJC1o


매거진의 이전글 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구하는 힘은 무엇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