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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an 16. 2022

지옥을 탈출할 방법은 뭐가 있을까?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책 제목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그 안에 들어 있는 이야기들도 묵직한 교훈을 준다.

마치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은 천태만상인데 그 수많은 인간군상들을 몇 부류로 나누면 이와 같을 것이다.”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

거장은 그림 하나를 그리더라도 대충 그리지 않는다.

문장 한 줄을 쓰더라도 아무렇게나 쓰지 않는다.

그 안에 여러 가지 보물들을 숨겨놓는다.

여간해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여러 번 보아야 보인다.

시인 나태주 선생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했다.

한 번 쓱 스쳐가듯 보아서는 잘 안 보인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살짝 끼워넣은 이야기 한 토막을 읽으며 세상에 이런 사람도 다 있구나 생각해보았다.

그러면서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나 생각해보았다.     




살아생전에 좋은 일이라고는 한 적이 없는 아주 매정한 노파가 죽어서 지옥의 불바다 속에 던져졌다.

그런데 노파의 수호천사는 그 노파를 지옥에서 빼내고 싶었다.

하나님께 말씀드릴만한 선행은 없었을까 생각하던 끝에 한 가지가 떠올랐다.

오래전에 노파가 파뿌리 하나를 뽑아서 지나가던 거지에게 던져준 일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하나님은 파 한 뿌리를 지옥에 있는 노파에게 내밀어서 그것을 붙잡고 나오게 하라고 하였다.

천사는 즉시 노파에게 파뿌리를 내려주면서 그것을 잡고 올라오라고 하였다.

노파가 그 파뿌리를 잡고 지옥에서 빠져나오려는데 지옥에 있던 다른 죄인들이 자기들도 지옥에서 빠져나오려고 그 파뿌리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원래부터가 매정했던 그 노파는 발길질을 하면서 “놔! 놔! 이 파뿌리는 내 거야!”라고 외쳤다.

그런데 그 순간 파뿌리가 뚝 끊어지면서 노파는 다시 지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노파처럼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들은 자기 자신도 살기 힘든데 남을 돌아볼 여유가 어디에 있냐고 말한다.

사람은 힘들면 본능적으로 이기적이 된다.

살고 싶기 때문이다.

죽기 싫기 때문이다.

일단은 내가 살아야 뭐라도 할 수 있다.

나눔도 선행도 내가 먼저 살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노파와 같은 사람은 여유가 없다.

얼마나 힘들면 그렇게 선행이라곤 평생 파뿌리 하나 던져줄 만큼의 여유밖에 없는 삶을 살아갈까?

아무리 힘든 인생이라 할지라도 그처럼 여유가 없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하지만 노파와 같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그렇게 힘들다고 한다.

이해해보려 하지만 너무나 안타깝다.

그들은 우리의 삶이 부메랑처럼 던져졌다가 다시 잡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내가 파뿌리 하나를 던졌으면 내가 얻을 수 있는 파뿌리도 하나밖에 없다.




노파가 죽어서 지옥에 가봤더니 파뿌리 하나도 매우 소중했다.

살았을 때는 몰랐는데 죽어보니까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별 볼 일 없는 사소한 것인데 누군가에게는 무척 귀중한 것이 될 수도 있다.

그 옛날 노파가 던진 파뿌리를 받아들고 고마워했던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제는 노파가 지옥의 불 속에서 파뿌리 하나만이라도 자신에게 내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천사의 간청으로 파뿌리 하나를 얻게 된 노파는 얼마나 기뻤을까?

그때 또 하나를 깨달았을 것이다.

살았을 때 파뿌리 하나를 던질 게 아니라 여러 개를 던질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왔을 것이다.

이 파뿌리를 잡고 지옥을 탈출하게 되면 다음부터는 파뿌리를 많이 나눠주면서 살아가리라 다짐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파가 생각지 못한 게 있었다.

파뿌리가 끊어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

다시 지옥으로 떨어지면서 노파는 또 생각했을 것이다.

‘아! 파뿌리로는 안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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