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보이면 비교하게 되고 들리면 비교하게 된다.
하긴 남들도 그렇게 비교하면서 살고 있을 것이다.
비교당하지 않고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세상에는 그런 곳이 없을 것 같다.
가끔 천국이 어떤 곳이냐고 묻는 사람에게 내가 들려주는 대답은 천국은 좋은 감정이 계속되는 곳이라고 대답한다.
좋은 감정이 계속되려면 비교하는 일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천국이라고 해서 갔는데 누구는 하나님 옆에 딱 붙어 있고 누구는 저 멀리 떨어져 앉아야만 한다면 그게 어디 천국이겠는가?
누구는 으리으리한 집에 살고 누구는 단칸방에 산다면 나는 그런 곳을 천국이라고 부르지 못할 것 같다.
여기서도 실컷 비교당하면서 살았는데 거기서도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천국이 어떤 곳이냐면 그곳은 비교하는 일도 비교당하는 일도 없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지금 내가 살아가는 현실은 끊임없이 비교하고 비교당한다.
어쩔 수 없다.
기왕 이렇게 살 거라면 아예 크게 비교하는 게 내 정신 건강에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니까 동창생들을 보면서 집 평수는 얼마네, 자동차는 뭐네, 사업은 잘 되네, 애들은 공부를 잘하네 하는 것들을 놓고 나를 비교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그건 정말 찌질한 짓이고 절대로 내가 이길 수 없는 경기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비교의 대상은 요즘 사람으로는 알랭 드 보통 같은 사람으로 정한다.
이 양반은 나보다 나이는 조금 많은데 지식수준은 엄청 차이가 난다.
책도 많이 썼다.
도저히 내가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엄청 비교당하다가 내가 한마디 했다.
“그래, 당신은 부지런히 쓰세요. 나는 당신이 쓴 책 다 읽어버릴 테니까. 그렇지만 당신은 내가 쓴 글은 못 읽을 걸. 내가 이겼지?”
물론 나 혼자 중얼거린 말이니까 알랭 드 보통은 모른다.
최근에는 내 비교의 대상자로 율곡 이이가 등장했다.
알랭 드 보통은 내가 예의상 양반이라고 했지만 이 율곡은 정말 양반이 맞다.
그리고 워낙 유명하다.
5천원짜리 지폐에 초상화가 딱 박혀 있다.
그 어머니는 또 5만원짜리에 등장하신다.
이율곡은 어려서부터 워낙 신동이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어렸을 때 살았던 집이 ‘오죽헌(烏竹軒)’이다.
스물한 살 때부터 시험만 보면 장원급제했다.
당대 최고의 학자인 퇴계 이황을 만나 맞짱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이황 입장에서는 아들 뻘도 안 되는 어린놈에게 혼쭐이 난 것이다.
마흔 살 때는 당시 임금이었던 선조에게 성군이라면 꼭 읽어야 할 내용이라며 <성학집요(聖學輯要)>라는 책을 만들어서 바쳤다.
임금에게 똑바로 공부하라고 야단을 친 격이다.
마흔두 살 때는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의 자세는 이래야 한다며 <격몽요결(擊蒙要訣)>이라는 책을 펴냈다.
배워서 깨치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과 나를 비교하면 내가 백전백패일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간단히 패배하지 않는다.
우선 율곡은 19살에 어머니를 여의었는데 나는 아직 어머니가 살아계시다.
율곡은 49세를 살았는데 나는 율곡보다 나이가 많다.
밥을 먹어도 내가 훨씬 더 많이 먹었다.
밥 많이 먹는 게 중요하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매우 중요하다.
인간이 하는 모든 일들이 따지고 보면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는 내가 율곡보다 낫다.
율곡은 500년마다 영웅이 나타나는데 그때가 영웅이 나타날 시기이고 선조 임금이 영웅이라고 생각해서 <성학집요>를 써서 바쳤다.
그런데 나는 안다.
그 시대에 태어난 영웅은 충무공 이순신이었다.
율곡이 모르고 있던 걸 내가 알았다.
이렇게 생각해보니까 율곡보다 내가 못하다는 생각이 안 든다.
그는 그 나름대로 위대했고 나는 나 나름대로 위대하다.
이런 게 내가 비교하며 살아가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