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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벅찬 오늘 하루
세라비(C'est la vie!)를 외치는 사람
by
박은석
Sep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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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리거나 감정의 변화를 느끼게 될 때 우리 입에서는 반사적으로 외마디 소리를 지른다.
아름답고 멋진 풍경을 보면 ‘와!’ 하게 되고, 큰 충격을 받으면 ‘아이고!’ 한다. 깜짝 놀랄 때는 ‘엄마’ 혹은 ‘아버지’ 라고 부른다.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앗싸!’ 하고, 속상한 일이 생기면 ‘에이!’ 하는 말로 반응한다.
이런 외마디 소리를 냄으로써 우리 몸이 받게 될 큰 충격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외마디 소리가 힘을 북돋워주거나 격려를 해 주기도 한다.
줄다리기를 할 때 흔히 하는 ‘영차!’라는 말은 소리를 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힘을 모아주는 효과를 낸다.
세계 어느 나라에나 이런 말들이 있는데 프랑스에서는 ‘세라비(C'est la vie)’라는 말이 대표적으로 쓰인다.
프랑스어 ‘세라비(C'est la vie)’를 직접 번역하면 ‘그것이(C'est) 인생이다(la vie)’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말에는 중의적인 표현이 들어 있다.
인생이 어떤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인생은’을 주어로 해서 문장을 지어보면, ‘아름답다’, ‘즐겁다’, ‘행복하다’라는 긍정적인 말로 연결할 수도 있고, ‘힘들다’, ‘슬프다’, ‘괴롭다’는 등 부정적인 말로도 연결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을 보면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항상 봄날 같기만 한 인생도 없고 그렇다고 언제나 장마철 같은 우중충한 나날만 이어지는 인생도 없다.
인생은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하며 한평생을 지나간다.
그러니까 좋다고 너무 티 나게 좋아하지도 말고 슬프다고 너무 슬퍼하지도 않는 삶의 자세를 지닐 필요가 있다.
옛 어른들이 때로는 체념 투로, 또 때로는 도통한 투로 말씀하셨듯이 ‘인생사 새옹지마(人生事 塞翁之馬)’이다.
프랑스 사람들도 이런 인생의 신비를 알았는지 시시때때로 ‘세라비’를 말한다.
그들이 세라비를 말할 때는 우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어깨 위로 올린 다음에 마치 근육을 풀 듯이 ‘으쌰 으쌰’ 팔을 내렸다 올렸다 하면서 ‘세라비, 세라비’를 외친다.
하는 일이 잘 풀려서 기분이 좋을 때에 외치는 ‘세라비!’는 ‘와! 정말 멋진 인생이다! 최고였어. 이것이 인생이지!’라는 탄성의 세라비가 되는 것이다.
반면에 일이 틀어져서 속상하고 억울하고 손해를 보았을 때에는 조용한 소리로 ‘세라비, 세라비...’라고 중얼거리는데, 그때는 ‘힘을 내자, 인생이란 다 그런 거지 뭐.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으니까 너무 상심하지 말자.’라는 위로의 세라비가 되는 것이다.
세라비는 동전의 양면처럼 이런 상황에서도 쓰이고 저런 상황에서도 쓰인다.
세라비라는 말이 이렇게 상황에 따라 다르게 쓰이는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인생의 모든 일들도 보는 시각에 따라서 그리고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인생길을 걸어가다가 깎아지른 절벽을 만난다면 어떤 사람은 위험한 낭떠러지라고, 길을 잘못 택했다고 속상해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세상에 둘도 없는 멋진 경치를 보게 되었다며 감탄하고 이 길을 참 잘 택했다고 좋아할 것이다.
굉장히 좋은 것을 얻었으면서도 겨우 이것뿐이냐며 투덜거리는 사람은 평생토록 ‘세라비’를 외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무너지고 탄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지라도 조용히 세라비를 중얼거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머지않아 세상을 뒤흔드는 탄성의 세라비를 외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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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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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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