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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an 22. 2022

세상 7천 개 언어 중 제일 어려운 말은?

 

전 세계 200개국이 넘는 나라에 언어는 대략 7천 개 정도 있다고 한다.

세종대왕님 덕택에 하나의 언어를 가지고 삼천리반도 어디에서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우리로서는 엄청 다행이다.

지역마다 언어가 다르고 부족마다 다른 말을 사용한다면 나같이 외국어에 약한 사람은 견디지 못할 것 같다.

그런데 그 많고 많은 말 중에 제일 어려운 말이 무엇일까? 중국어 혹은 러시아어? 아프리카 스와힐리어? 아니다.

그런 말들은 오히려 쉽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에 맞는 단어만 나열하면 된다.

그러면 상대방이 잘 알아서 대처를 해준다.

정작 어려운 말은 외국어가 아니라 내가 사용하는 모국어 한국어이다.

누구에게나 모국어가 제일 어려운 말이다.

가령 외국인이 나에게 한국어로 대화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가 구사하는 한국어는 굉장히 어눌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는 나는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최대한 노력한다.




내가 해외에 나가서 외국인과 대화를 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다.

내 외국어 실력이 형편없으니까 듣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귀를 기울여 듣는다.

그런 것 같다.

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은데 아는 단어가 부족해서 저렇게 표현이 돼버린다.

그런데 내 말을 듣는 외국인은 그런 내 심정을 이해하고 원래 내가 표현하려고 했던 말로 받아들인다.

거 참 이상하다.

내가 말하는 대로 그 사람이 듣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은 내 마음에 맞춰서 나의 말을 듣는다.

내가 외국어를 잘못 구사하더라도 나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지도 않는다.

그냥 웃어준다.

더듬거리면서라도 자기네 말을 해준다는 것에 반가워한다.

하기는 나도 외국인이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한국어로 옹알옹알거리면 그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에게 한국어를 잘한다고 칭찬해준다.

외국인과는 말 때문에 오해를 살만한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같은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말 한마디에 오해를 하고 오해를 산다.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말싸움을 하기도 한다.

똑같은 말인데도 외국인이 했을 때는 너그럽게 봐주는데 나와 같은 말을 쓰는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참지 못한다.

“저 인간이 지금 뭐래?”라며 눈가에 잔뜩 힘을 준다.

어떤 사람이 친구 세 명을 초대했는데 두 명의 친구만 왔다.

그러자 그는 “꼭 와야 할 친구가 안 왔군!”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친구 중 한 명이 ‘나는 꼭 와야 할 사람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겼다며 훌쩍 가버렸다.

그러자 초대한 사람은 이번에는 “꼭 있어야 할 사람이 가버렸네.”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들은 마지막 한 친구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 자신은 이 자리에 꼭 와야 할 사람도 아니고 꼭 있어야 할 사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 초대한 사람이 외국인이라면 그렇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저 사람이 이렇게 표현하고 싶은데 아는 단어가 부족하다 보니 저렇게 표현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너그러이 지나갈 것이다.

그런데 내국인에게는 그런 헤아림이 생기지 않는다.

나에게 무슨 안 좋은 감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무시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그런 말을 들으면 참기 힘들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어진다.

그러고 보면 말이라고 해서 다 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입에서 나온다고 해서 다 말이 되는 것도 아니다.

말에는 그 사람의 감정이 실려 있고 그 사람의 마음이 녹아 있다.

말 한마디를 들으면 그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고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감정도 싣고 마음도 실을 수 있는 말이 바로 모국어이다.

그래서 모국어가 힘들다.

말에 감정도 마음도 실어야 하니까 말이다.

세상 7천 개 언어 중에 제일 어려운 말이 바로 모국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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