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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an 19. 2022

알다가도 모를 사람

 

매일 아침마다 경제 기사를 써서 보내주시는 분이 있다.

그 기사를 보면 세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제지표가 어떤지 대략 추측할 수 있다.

오늘은 어떤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냉철한 안목을 가지고 분석한다.

금리와 환율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관점을 가지고 풀이해 낸다.

참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예측과 예견일 뿐이다.

대체적으로는 그분이 분석한 대로 시장이 펼쳐진다.

그렇지만 때로는 전혀 딴 방향으로 세상이 돌아가기도 한다.

‘어, 어? 이게 왜 이러지?’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한 번 구입한 주식은 오래도록 간직하라고 한다.

자기는 그렇게 해서 떼돈 벌었다고 자랑한다.

그럼 모든 사람이 다 이익을 얻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오랫동안 간직했다가 결국 휴지통에 던져넣은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알다가도 모르는 게 주식시세라고 한다.




해외에 나가 있는 사람들은 매일매일 환율의 동향을 살핀다.

어제의 환율과 오늘의 환율이 다르다.

동남아시아에서 IMF사태가 터졌을 때 우리 한인사회에서는 미국 달러를 언제 팔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달러의 가치는 높아가고 현지 화폐의 가치는 밑도 끝도 없이 하락했다.

달러를 현지 화폐로 교환해서 직원들 임금을 주고 생활비를 지불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달러의 가치가 높았을 때 팔아야 했다.

지금이 최적의 시간이라 생각해서 1,000달러를 팔고 현지 화폐를 007가방에 그득하게 담았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횡재했다고 했는데 아뿔싸! 그다음 주에 1,000달러를 판 사람은 007가방 두 개를 채웠다고 한다.

그러면 한 주 먼저 달러를 판 사람은 이득을 본 것일까 손해를 본 것일까? 이익인 것 같은데 손해라고 했다.

그런 경험을 하다 보니 사람들의 입에서 환율은 하나님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경제지표나 환율 말고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알듯 알듯 하면서도 모르는 것 천지다.

수학공식처럼 계산해서 답이 딱 나오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들이 더 많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사탕발림을 하던 놈이 배신을 때릴 줄은 몰랐다.

세종대왕의 총애를 받았던 신숙주 같은 인물들은 단종 임금을 잘 보필할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가 수양대군과 붙어 놀아날 줄은 몰랐다.

예수의 제자인 가룟 유다도 예수를 팔아넘겼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싶은데 그는 그렇게 했다.

3년 동안이나 따라다니며 “선생님! 선생님!” 불렀던 사람이 그렇게 했다.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존재가 사람이다.

등짝에서 가슴까지 기껏해야 30센티미터인데 그 속을 모르겠다.

세상에서 제일 깊은 마리아나 해구의 깊이가 11,000미터인 것까지도 알아낸 사람들이 정작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는 아직까지도 알아내지를 못하고 있다.




내가 잘 대해주면 상대방도 나에게 잘 대해줄 줄 알았는데 날름 받아먹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잘 대해주지 못했는데 내가 뭐라고 나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도 있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다는 게 사람들 간의 법칙인데 그 법칙을 깨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원칙도 없고 관례도 통하지 않는다.

알다가도 모를 게 사람이다.

계산이 안 된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할 정도라면 뉴턴이란 사람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뉴턴도 사람의 마음을 계산하다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천체가 움직이는 궤적은 계산해낼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도무지 계산할 수 없다는 게 뉴턴의 고백이었다.

나도 사람을 대하면서 내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계산을 한다.

그러다가 도저히 계산해낼 수 없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미친놈!’이라고 한마디를 한다.

그런데 그것 아는가?

미친놈 중의 최고로 미친놈은 바로 나 자신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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