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Jan 24. 2022

우리 집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은 무엇일까?


우리 집에 있는 여러 물건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라고 하려다가 그것들이 없었을 때가 있었고 그것들 없이도 살아왔다.

지금의 일상처럼 살지는 않았지만 그때도 그때 나름대로 잘 살았다.

불편했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금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렇게 사는 게 불편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당연히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때도 옛날 사람들에 비하면 굉장히 나은 삶을 산다고 여겼다.

여하튼 다양한 문명의 이기들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우선순위를 매겨보면 제일 꼭대기 자리를 차지하는 게 뭘까 궁금해졌다.

일단 집 밖에 있는 것들은 집 안에 있는 것보다 중요도가 떨어진다.

대표적으로 자동차는 매일 사용하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물론 멀리 가거나 장을 보거나 할 때는 불편하겠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둘러보니 전기와 연결되어 있는 물건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전기제품들이 중요도에 있어서 상위에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 같다.

일단 목록을 정리해보면 컴퓨터,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인덕션(가스레인지), 전기밥솥 그리고 화장실 변기들은 없으면 너무 불편하겠다.

이 중에서 우리의 삶을 대대적으로 바꾼 것들이 뭐가 있을까?

그것들이 그야말로 중요한 것이겠다.

전기밥솥은 일찌감치 탈락이다.

인덕션에 압력밥솥 올려놓고 밥을 지어도 된다.

그러면 인덕션은?

그것도 몇 계단 못 올라갈 것 같다.

인덕션 대신 가스레인지로도 충분했고 그전에는 석유곤로나 버너로도 밥을 해 먹었다.

건조기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젖은 빨래를 두 시간 만에 뽀송뽀송 마르게 하는 것은 너무 좋다.

하지만 편리함 그 이상은 아니다.

빨래는 건조대에 널어도 바닥에 펼쳐도 시간이 지나면 잘 마른다.




이제 정말 중요도가 높은 것들이 남았다.

컴퓨터, 세탁기, 냉장고, 변기 중에서 먼저 무엇을 제외시킬 것인가?

나는 냉장고를 꼽겠다.

물론 냉장고는 식자재를 싱싱하게 보관하기 때문에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음식을 소금이나 설탕에 절여야만 장기간 보관할 수 있었다.

이런 편리한 냉장고가 없다면 어떡하지?

답은 간단하다.

오랫동안 보관하지 말고 그때그때 해 먹으면 된다.

물론 냉장고가 없다면 얼음을 구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냉장고 다음으로 내가 꼽는 것은 좀 의아스럽겠지만 컴퓨터이다.

현대사회에서 컴퓨터 없이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가 없어도 살아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어딘가로 며칠간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곳이어도 컴퓨터가 없어도 거뜬하게 지낼 수 있다.




이제 두 개 남았다.

세탁기와 변기.

좀 엉뚱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 중에서 이 둘이 제일 중요하다.

제일 값비싸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거다.

세탁기가 중요한 이유는 만약 세탁기가 없다면 그 많은 빨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감당이 안 된다.

대야에 물을 채워서 발로 밟고 손으로 비비고 방망이로 두드리고 다시 물에 헹구고 손으로 비틀어서 짜야 하고 탁탁 털어서 널어야 한다.

하루에 몇 시간은 빨래하느라 시간 다 보낸다.

다른 일은 못한다.

그러니 세탁기는 정말 중요한 물건이다.

세탁기 만든 사람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다.

그런데 세탁기보다 더 중요한 물건이 바로 변기이다.

이게 집 안에 들어왔으니 아파트가 생길 수 있었을 것이다.

먹는 것 못지않게 싸는 것도 중요한데 그때마다 집 밖으로 멀리 갔다 와야 한다면 얼마나 불편했겠는가?

아마 인류 문명 최고의 발명품은 변기가 아닐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 7천 개 언어 중 제일 어려운 말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