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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an 26. 2022

물고기의 기억력이 3초라고요?


물고기의 기억력은 3초 정도라고 한다.

어항 속 금붕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꿀럭꿀럭거리면서 노려본다.

손을 휙하니 저어서 위협을 가하면 금붕어는 깜짝 놀라서 꼬리를 빼고 도망친다.

그런데 1초, 2초, 3초가 지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좀 전의 위협은 다 잊은 것 같다.

그래서 금붕어의 기억력은 3초라고 하는 것 같다.

금붕어뿐만 아니라 물고기들은 대체고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연못에 팔딱거리는 잉어들을 보면 자기들끼리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몸싸움이 대단하다.

과자 부스러기라도 조금 떨어뜨리면 서로 받아먹겠다고 입을 쩍벌리고 난리를 친다.

옆에 있는 잉어에게 저리 비키라고 아우성이다.

만약 사람이 잉어처럼 몸싸움을 한다면 온몸이 멍투성이가 될 것이다.

그런데 3초 정도 지나면 무슨 일 있었냐는 듯이 물속이 조용해진다.

조금 전의 싸움은 다 잊은 듯하다.




물고기의 기억력이 3초라고 생각하니까 같은 자리에서 낚싯줄을 던지고 또 던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물고기의 기억력이 굉장히 좋다면 낚싯줄에 꿰인 미끼를 절대로 물지 않을 것이다.

자기 동료가 고통스럽게 달려 올라가는 모습을 봤는데 자신도 그처럼 당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자기 동료들에게 알려줄 것이다.

“저거는 절대로 물면 안 돼!”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연이어서 낚싯줄에 물고기가 물려 올라오는 것을 보면 물고기의 기억력이 굉장히 짧다는 말이 맞는 말인 것 같다.

낚시꾼은 물고기의 기억력이 짧을수록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고기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기억력이 더 길어지기를 바랄 테지만 낚시꾼의 입장에서는 먹고살아가기 위해서 물고기의 기억력이 더 짧아지기를 바랄 것이다.

한 쪽에서는 기억력 때문에 이익을 보고 다른 한 쪽에서는 그 기억력 때문에 손해를 본다.     




세상의 경제적인 이치가 이와 같지 않을까 싶다.

이익을 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

한 쪽에서 많이 이익을 얻으면 다른 쪽에서는 많이 손해를 본다.

80억 인구가 다 같이 이익을 보는 일은 없다.

말은 인류 평화를 외치지만 속의 계산은 다르다.

‘내가 이익을 얻으려면 너는 손해를 봐야 해!’이다.

그러니까 이익과 손해를 모두 합하고 인류 전체로 나눈다면 평균값은 항상 일정할 것이다.

문명이 발달해서 살기 편한 세상이 되었다고 떠들어대지만 인류 전체적으로는 이익을 본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렇게 잘살게 되었는데 무슨 말이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말이 맞다.

우리는 예전보다 더 잘살게 되었겠지만 어딘가에 있는 사람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살기 어렵게 되었다.

제발 좀 이 이치를 기억하고 적당히 하자고 외치는데 그 외침을 들어도 사람들은 금방 잊어버린다.




물고기의 기억력이 짧다고 비웃을 게 아니다.

어쩌면 물고기가 일부러 기억력이 짧은 것처럼 행동하는지도 모른다.

사실 연어가 한평생을 살다가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면 물고기의 기억력이 짧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실은 기억력이 엄청 좋은데 속임수를 쓰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잉어들이 입을 쩍쩍 벌리면서 몸싸움을 하면 사람들이 과자 부스러기를 안 던질 수가 없다.

‘이번에는 안 줄 거야!’ 마음을 먹다가도 물고기를 보면 잊어버린다.

낚시꾼이 낚싯대를 드리울 때마다 감칠맛 나게 하면서 한 마리씩 잡혀주는 것은 아닐까?

그래야 낚시꾼이 자리를 옮길 생각을 잊어버리고 그 자리에만 앉을 테니까 말이다.

그 옆 에는 자기 가족들을 비롯한 많은 물고기가 있는데 낚시꾼이 그곳으로 가지 못하게 목숨을 던져서 막아내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물고기는 3초 기억력이 아니라 굉장히 똑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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