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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an 30. 2022

몸을 다스리는 것이 마음을 다스리는 비결이다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마음을 잘 잡아야 한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마음먹으면 못 할 일이 없다는 말을 진리의 말씀처럼 떠받들었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후반전에 들어서면 해설자들은 항상 정신력을 강조했다.

지금은 정신력으로 견뎌야 한다면서 말이다.

성적이 부진할 때는 마음을 잡는다며 머리를 짧게 자르는 사람도 많이 봤다.

머리카락과 성적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삼손은 머리카락이 잘려서 힘이 약해졌다는데 그런 삼손이 힘을 기르기 위해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사람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머리카락 자를 시간에 근력 훈련을 해서 힘을 더 기르라고 하지 않을까?

그게 맞는 말 같은데 우리는 마음이 중요하다며 정신력을 길러야 한다고 믿고 가르쳤다.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을 외치며 마음가짐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도대체 마음의 힘은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 궁금했다.

마음먹는다고 하는데 마음이라는 게 입에 넣어서 우물우물 씹어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마음을 잡는다고 하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마음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손을 뻗어서 잡으려고 한다면 마음이 손에 잡힐까?

줄을 잘 맞추고 반듯하게 생활하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일까?

배에 잔뜩 힘을 주고 목소리를 크고 우렁차게 한다면 마음의 힘이 세진 것일까?

마음가짐을 잘 한 사람들이라며 칭찬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영웅들이다.

그렇다면 그 시대에 일반 백성들은 마음이 약했던 것일까?

이순신 장군이 마음이 강했다고 하는 말에는 누구든 수긍할 것이다.

그런데 이순신 장군의 말 한마디에 목숨 걸고 싸운 사람들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의 이름도 성씨도 모른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 뿐만 아니라 전장에 나가 목숨 걸고 싸운 백성들도 마음이 강했다.




마음은 자기 혼자 활동하지 않는다.

반드시 몸을 통해 몸과 함께 행동한다.

몸이 가는 곳에 마음이 간다.

마음이 가는 곳에 몸이 가기도 한다.

몸과 마음이 하나로 다니지 않으면 온전치 않은 사람이라고 한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한다.

마음이 몸을 통해서 밖으로 나타난다.

그러니까 내가 마음을 잘 다스리고 있는지를 알고 싶으면 내가 몸을 어떻게 다스리고 있는지 보면 된다.

몸이 튼튼하면 마음도 튼튼해진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

몸조심하는 게 마음 조심하는 길이다.

아무것이나 꾸역꾸역 먹으면서도 자신이 건강하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은 이미 마음이 병들어 있고 몸도 병들어 있다.

아직까지 그 병든 부위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곧 드러나고 깨닫게 될 것이다.

추잡한 곳에 가면서도 자신은 깨끗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미 마음이 지저분한 사람이다.

몸이 가는 곳에 마음도 간다.




성자 어거스틴이 자신의 젊은 날을 돌아보며 쓴 책 <참회록>에 재미있는 이야기 한 토막이 나온다.

자신이 이제 깨끗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친구가 검투사들의 경기를 보러가자고 꼬셨다.

처음에는 안 간다고 거절했는데 친구의 간청에 그럼 몸은 가지만 마음은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경기장에 들어서서는 아예 눈을 감고 귀를 막으려고 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까 자신이 검투사들의 경기에 열광하면서 죽이라고 외쳐대고 있었다.

마음을 잡지 못했던 것이다.

당연하다.

몸을 잡지 못하면 마음도 잡을 수 없다.

우리 조상들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가르쳤다.

천하를 평정하고 나라를 다스리고 가정을 세우는 비결은 수신(修身)에 있다.

몸을 단련하라고 했지 마음을 단련하라고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몸을 단련하는 것이 마음을 단련하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몸조심하고 몸 관리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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