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 되도록 뭘 했나? 대단한 일을 했다!

by 박은석


‘이 나이 되도록 뭘 했나?’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남들은 뭔가 이뤄놓은 것이 있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밖에 나가서 100미터만 걸어 다녀보면 알 수 있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도, 나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도, 나보다 어린 사람들도 제법 멋을 부리고 지나간다.

부러워하면 지는 건데 부럽다는 마음이 든다.

그러면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말을 한다.

저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추구해서 살아가고 있고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하면서 살아간다고 마음속에 속삭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얻었냐고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이 나이 되도록 그것 하나를 추구하며 살았는데 당연히 이루었다고 대답한다.

그게 뭔지 보여달라고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가 없다고 한다.

내가 아무리 설명을 해도 당신은 알 수 없는 그런 게 있다고 한다.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출발선에 섰을 때는 똑같은 위치였다.

옆을 보면 나보다 못 뛸 것 같은 친구도 보였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나서 한동안은 보란 듯이 앞서 나가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를 제치고 앞으로 나서는 친구들이 있었다.

암만 빨리 팔을 휘젓고 다리를 놀려보아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 뒤꽁무니를 쫓아가기도 버거워졌다.

역전시켜서 1등으로 결승선에 들어갈 생각을 버린 지는 이미 오래다.

‘1, 2, 3등을 차지하지 못하면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겠지?’

‘꼴찌로 달린다면 조롱거리가 될까?’

숱한 상념이 머릿속을 휘젓고 지나갔다.

그런 생각의 노예가 되지는 말자.

게임의 규칙을 새롭게 정하면 된다.

나의 달리기는 순위를 매기는 게 아니라 결승선을 통과하느냐 못하느냐의 경기이다.

나에게는 아직 달려가야 할 결승선이 있고 지금 나는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다.




높다란 장벽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지금껏 열심히 왔는데 이 장벽을 만나자 잘못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되돌아가려고 해도 길이 너무 멀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원점에서 다른 길을 택한다고 해서 그 길이 맞는 길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 길에서도 언젠가는 장벽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돌아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지금껏 걸어온 이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

비록 장벽을 만났지만 이 길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믿어야 한다.

이 벽 앞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벽 앞에 주저앉아서 여기까지가 내 길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한 여정이었다.

그러나 내가 가야 할 곳이 장벽 너머에 있다면 이 장벽을 두드려서 무너뜨리든지 아니면 장벽을 타고 넘어가면 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 나이 되도록 이룬 것이 없다고 하지 말자.

이 나이만큼 살아온 것만으로도 아무나 할 수 없는 대단한 일이었다.

몸과 마음의 관리를 철저히 했던 친구 중에서 이 나이만큼 오지 못한 친구도 있다.

그 친구 입장에서는 내가 엄청 부러웠을 것이다.

100미터 달리기를 잘 못한다고 해서 풀이 죽을 필요도 없다.

순간 속도가 뛰어난 사자나 호랑이도 사냥해서 먹이를 얻을 확률이 1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사슴처럼 목숨을 걸고 끝까지 뛰는 놈을 잡기가 힘든 것이다.

커다란 장벽을 만났다고 해서 낙심하지도 말자.

장벽은 넘지 못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넘어보라고 만든 것이다.

만리장성을 쌓았다고 자랑하던 사람들은 장성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굶어 죽었다.

그러나 장성을 넘은 칭기즈칸은 거칠 것 없이 세상을 달렸다.

성을 쌓은 사람이 대단한지 성을 넘은 사람이 대단한지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지금의 나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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