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때는 말조심하고 글 쓸 때는 글 조심해야 한다

by 박은석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입술의 말을 통해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드러낼 수 있다.

그리고 글을 통해서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말과 글 대신에 몸의 행동으로도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음악이나 미술 예술적인 활동으로도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행하는 모든 행동들이 사실은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라고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해도 상대방은 그렇게 믿지 않는다.

사람들은 우리의 말 한마디, 글 한 문장, 행동거지 하나 등을 모두 다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

사람들은 내가 말한 대로 나를 믿고 내가 쓴 글대로 나를 믿는다.

그리고 내가 보여주는 행동을 보고 나를 그런 사람이라고 믿는다.

내가 말 한마디, 글 한 줄, 행동 하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나의 말이나 글이나 행동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신념을 준다.

특히 자신의 생각이 나와 비슷한 경우에는 무슨 종교적인 믿음으로까지 자라 갈 수 있다.

지나간 역사를 통해 볼 수 있듯이 신념은 때때로 사람의 생명까지 걸게 만든다.

일제강점기에 일본놈들은 조선의 지식인과 유명인사들에게 군중들이 모여 있는 곳에 높은 단을 설치하고는 그 위에서 외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그들의 글은 신문에 커다랗게 실을 수 있게도 해주었다.

과연 명연설이었고 명문장이었다.

그들의 말을 귀로 들은 사람들과 그들의 글을 눈으로 읽은 사람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였다.

전쟁에 나가자고 외치면 그 말을 듣고 목숨을 바쳐 싸우겠다며 전쟁에 나갔고 돈을 내자고 외치면 가진 것 탈탈 털어서 아낌없이 돈을 냈다.

말 한마디, 글 한 줄이 누군가에게는 신념이 되었고 그 신념이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였다.




그런데 “말조심해라.”라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글 조심해라.”라는 말은 잘 들어보지를 못했다.

심지어 “행동 조심해라.”라는 말도 참 많이 들었다.

말 못지않게 무게감 있는 게 글이다.

행동 못지않게 무서운 게 글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글의 무게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애써 무시하는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예전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시절에는 글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각종 표어가 학교나 관공서의 벽에 붙어 있었다.

16글자 남짓한 그 표어를 읽으면 꼭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검열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글들을 다 조사한다기에 편지지에다 무슨 말을 써야 하나 고민도 했었다.

좋아하는 애창곡이 금지곡이 되고 재밌게 읽었던 소설책이 금서로 낙인찍혀 읽을 수 없게 되기도 하였다.

그들은 글의 힘을 알았던 것이다.

말보다 더 무거운 게 글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하는 시간이 많다.

여러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읽기도 한다.

내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쓴 글을 읽으면서 점차 나의 생각에 동조를 한다.

이제는 내 생각이 나의 생각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말을 듣고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의 생각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해서 내가 속한 공동체의 특성이 만들어진다.

그 공동체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일부분은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억울하게도 그들도 내 생각으로 채색되어 버린다.

나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박은석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구별되어 버린다.

어떻게 내가 그들의 생각을 딱 잘라서 규정지을 수 있겠는가?

내 생각이 이러니 당신들의 생각도 이래야 된다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 한다.

말할 때는 말조심하고 글 쓸 때는 글 조심해야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