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욱 선생에게 배우다

by 박은석

숭실대 철학과 교수였던 故 안병욱 선생(1920~2013)은 당신의 인생관을 짧은 몇 단어로 정리하여 우리에게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비록 선생을 직접 뵌 적도 없고, 육성의 가르침을 들어본 적도 없지만 선생께서 남겨주신 책들을 읽다가 깊은 존경의 마음이 들었고 선생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나 또한 그렇게 살아가보리라 다짐해 본다. 선생은 인생의 의미를 도(道), 학(學), 수(修), 동(動)의 네 글자로 표현하여 가르쳐주었다.


첫째는 생즉도(生卽道)이다. 산다는 것은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우리는 인생을 ‘길’로 많이 표현하는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막연하게 가는 길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가는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 각자에게 주어진 자신만의 인생의 길이 있다. 자신만의 길이 있다는 것은 우리 각자가 다 특별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쓸모없는 인생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길을 깨닫고 발견하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주로 이십대에 자기 인생의 길을 모색하면서 시간을 많이 보내지만 이 일은 어쩌면 일평생 이어져야 하는 일이고 매일 매일 점검해보아야 하는 일이다. 나는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길을 가고 있는가?


둘째는 생즉학(生卽學)이다. 산다는 것은 배우는 것이다.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간다면 그 중에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하였다. 심지어 어린아이에게서도 배울 게 있다고 하였다. 소크라테스는 진리를 깨우치는 방법으로 대화법을 주장했는데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알게 된다는 것이다. 나의 지식과 경험만 믿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서 배우라는 것이다. 대학 전공이라고 해서 그 학문에 통달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 게 더 많다는 고백을 한다. 인생은 죽을 때까지 배우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만큼 배울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빨리 배울 수 있는 길이 뭐냐는 알렉산더의 질문에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명언이 있다. “배움에는 왕의 길(王道)이 없습니다.”


셋째는 생즉수(生卽修)이다. 산다는 것은 자신을 갈고 닦는 것이다. 학문이나 재능을 키워나가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것이다. 뛰어난 능력으로 사람들을 억압하거나 월등한 지식으로 사람들을 지배하는 사람은 인생을 올바로 사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은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귀로 지나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하셨다. 지식을 쌓고 실력을 늘리고 재물을 모으는 것은 노력하면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인격을 수양하는 일은 도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강태공은 3년 동안 낚시를 했다고 했는데 강태공이 물고기를 잡았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그렇다면 강태공은 3년 동안 무엇을 한 것인가? 그는 3년 동안 자기 수양을 한 것이다.


넷째는 생즉동(生卽動)이다. 산다는 것은 열심히 움직이는 것이다. 그냥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움직임, 즉 일하는 것이다. 일 하지 않고 그저 놀고먹을 수 있는 유토피아 같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일은 고되지만 신성한 것이다. 에덴동산의 아담도 놀지 않았다. 비록 홀로 있었지만 동산을 경작하고 동식물을 돌보아야만 했다. 방주 안의 노아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살아남은 짐승들을 먹여야만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한 달만 지나도 우리는 불안해서 견디기 힘들어 한다.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것도 이렇게 중요한데 창조적인 일은 오죽하랴. 남을 도와주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 데 나의 인생을 쏟아야 한다.

이렇게 생즉도(生卽道), 생즉학(生卽學), 생즉수(生卽修), 생즉동(生卽動)의 마음으로 인생을 바라본다면 인생은 무척 아름답다. 인생은 아름답다는 이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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