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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Feb 10. 2022

욕구불만으로 잔뜩 부어 있는 나 자신을 본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요소로 흔히 의, 식, 주 세 가지를 꼽는다.

말 그대로라면 옷과 음식과 집인데 단순히 옷과 음식과 집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옷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인도 힌두교의 그루들은 며칠씩 먹지 않고도 잘만 산다.

집이 없이 나무 위에서나 허허벌판 아무 데서나 드러눕는 사람들도 있다.

의식주는 그 단어들로 대표하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셋 중에서도 우선순위를 매겨본다면 식, 주, 의 순이라 하고 싶다.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닌데 의식주의 거꾸로 순서가 되어 버렸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일단은 먹어야 살 수 있고, 먹고살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 편안히 쉬면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집을 찾게 되고, 그다음에는 자기 몸을 감싸는 옷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결국 의식주는 인간의 본능적인 여러 욕구 중에서 대표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배고프면 먹고 싶어 하는 식욕, 피곤하면 드러누워 잠자고 싶어 하는 수면욕, 이성을 보면 호감을 느끼는 성욕 같은 것들은 신체적인 욕구로서 의식주 중에 ‘식’에 해당한다.

‘식’에 대한 욕구는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서도 볼 수 있다.

이것은 생존과 종족 번식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다.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가 없고 종족이 멸절되게 된다.

‘식’의 문제가 해결되면 어디에서 살 것인가 하는 ‘주’의 욕구가 찾아온다.

집으로 대표되는 이 욕구는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욕구이다.

이것은 우리의 감정이나 심리 상태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아무리 먹거리를 많이 쌓아놓는다고 해도 그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욕구이다.

이것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욕구이다.




사실 이 두 가지 환경만 충족되더라도 괜찮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가정이나 사회가 안정된 상태로 사는 것일 테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삶이다.

누가 이런 삶을 살고 있나 생각해보면 대뜸 북유럽의 잘사는 나라가 떠오른다.

그런데 정작 그 나라 사람들을 만나보면 그들도 그리 잘사는 것 같지가 않다.

뭔지 모를 욕구불만이 있다.

아무리 풍족하고 안정된 환경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본능적인 욕구들이 다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욕구가 무엇일까?

그것은 ‘내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문제를 풀고 싶은 욕구일 것이다.

나를 덮고 있는 ‘의’가 무엇인지 들춰보고 싶은 욕구이다.

그냥 천 쪼가리로 만든 옷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관과 문화로 엮인 자아실현이라는 옷이다.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이렇게도 꾸며보고 저렇게도 꾸며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대로 채워진 욕구가 없다.

내 욕구 본능은 엄청 큰데 채워진 분량은 아주 조금일 뿐이다.

매일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의’의 욕구는 충족시키지 못한 것 같다.

하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을 것이다.

‘주’의 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가 않았다.

지금은 안전하고 평안한 것 같지만 언제 이 상태가 깨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늘 불안요소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식’의 문제는 어떤가?

이것 역시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니까 매우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매일 ‘뭘 먹지?’하는 고민을 하고 있으니 먹는 것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거울 속 내 얼굴이 욕구불만으로 잔뜩 부풀어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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