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Sep 23. 2020

약함이 강함을 만든다

바다의 제왕이라면 누구나 상어를 떠올린다. 사실 상어보다 덩치가 더 큰 고래들도 있지만 상어의 무시무시한 이미지는 고래를 훨씬 능가하여 바다에서 제일 무서운 동물로 여기게 만든다. 상어는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어서 피 냄새를 맡으면 쏜살같이 달려든다. 그리고 반경 250미터 안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청각기능도 탁월하다. 그러니까 상어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서 괜한 소리를 냈다가는 큰일 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류를 감지하는 로렌니치 기관의 기능도 뛰어나다. 생물은 저마다 아주 미세하게나마 전류를 발산하는데 상어는 그 전류의 위험요소를 기가 막히게 알아챈다고 한다. 그래서 만약 물에 빠졌을 때 건전지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상어가 건전지에서 발산되는 전류 때문에 위협을 느껴 쉽사리 다가오지 않는다고 한다.     


상어는 그야말로 바다에서 살아가기에 완벽한 요건을 갖춘 어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완벽해 보이는 상어도 나름대로의 약점이 있다. 대부분의 물고기를 자세히 보면 한동안 헤엄치지 않고 가만히 물 위에 떠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고기가 그렇게 물에 가만히 뜰 수 있는 이유는 몸속에 공기주머니인 부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물고기처럼 물에 뜨려고 백날을 노력해도 가라앉고 만다. 부레가 없기 때문에 뜰 수가 없다. 그래서 가라앉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팔다리를 움직여 헤엄을 쳐야 한다. 사람처럼 상어도 부레가 없다. 물에 뜰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상어가 지방질이 많은 커다란 간을 가지고 있고 뼈 골격이 가벼워서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부레가 없는 이상 다른 물고기들처럼 물에 뜰 수가 없다.     


텔레비전에서 상어가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자세히 보면 상어는 조금도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 헤엄을 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상어가 헤엄을 치지 않으면 사람처럼 물에 가라앉고 만다. 가라앉으면 죽는다. 그러니까 상어는 가라앉지 않으려고, 살아가려고, 한 시도 쉬지 않고 계속 헤엄을 친다. 상어가 헤엄을 치지 않을 때는 죽을 때밖에 없다. 누군들 편안한 마음으로 늘어지게 게으름을 피우면서 지내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게으른 삶의 대가는 혹독하다 그래서 상어는 게으름 대신 부지런함을 택한다. 상어의 무시무시한 모습 이면에는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자신만의 싸움이 있는 것이다. 바다의 제왕은 단 하루도 한가로이 살아가지 않는다. 몸부림치지 않는 삶은 죽음과 같다는 것을 상어는 늘 의식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상어는 자기 몸에 부레가 없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불평하며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가라앉기 때문에 상어에게는 불평할 시간이 없다. 그 대신 상어는 끊임없이 헤엄치면서 남들보다 더 빨리 움직여 수중 생물들을 하나씩 정복해 간다. 자신의 약점 때문에 오히려 최고의 강자가 되는 것이다. 세상에 완전한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모든 환경이 만족스러운 사람이 있겠는가? 아픔이 없는 인생이 있겠는가? 없다. 아무 데도 없다. 우리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교만하지 않고 겸손해지는 것이다. 우리의 상황이 불만족스럽기 때문에 어떻게든 노력하여 고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아픔이 많기 때문에 눈물의 무게를 알고 웃음의 가치를 알게 되며 다른 사람의 아픔도 위로해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한탄하지 말자. 한탄하면서 지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사실은 우리의 약함이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작가의 이전글 역사를 생각하면 살맛이 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