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놀이’라고 생각하자

by 박은석


직원이 한 명 사직을 하는 바람에 두 달 넘게 자잘한 일들이 나에게 넘어왔다.

굳이 내가 할 필요는 없는데 내가 하는 게 편하니까 그냥 내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때는 눈 딱 감고 모른 척하는 것도 좋은데 내 성격으로는 그렇게 잘 안 된다.

모른 척하는 게 나로서는 더 어려운 일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부탁한 것도 아닌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내가 맡아서 한다.

덕분에 오른쪽 어깨와 목 그리고 오른손 손목이 뻐근하다.

컴퓨터 마우스를 잡고 클릭하는 시간이 많아서 생기는 아픔이다.

통증이 오거나 말거나 하루해가 저물 때쯤이면 기분은 좋다.

어쨌거나 오늘 해야 할 분량의 일을 다 채웠다는 만족감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일을 많이 줄이기는 했다.

한때는 퇴근길에 아예 사무실 컴퓨터 본체를 들고서 집에 온 적들도 있었다.

그만큼 일하는 것을 좋아했다.

일중독이라고 불려도 좋았다.




이런 나를 보면서 어떤 사람들은 일복을 타고났다고도 한다.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세상 어떤 사람이 타고나겠는가?

살다 보니까 그렇게 살게 된 것이다.

일이라는 게 이상하게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까 한 가지 일을 잘하게 되면 그다음의 일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반면에 한 가지 일이 꼬여버리면 그다음 단계의 일은 시도하기도 버거워진다.

그래서 어느 조직이든지 간에 일 잘하는 사람에게 일이 많고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또 일을 잘한다.

어쩌겠는가?

윗사람의 입장에서도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싶다.

그 사람에게 일이 많은지 적은지는 그다음에 생각할 문제이다.

일단 누구에게 일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누가 뭐래도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그에게 일을 맡긴다.

일을 맡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바빠 죽겠는데 또 일거리를 하나 업어오고 안아오는 격이다.




그러나 아무리 일을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쌓여가는 일거리를 보면 지칠 수 있다.

짜증이 나기도 한다.

왜 꼭 자기에게만 이렇게 일이 많으냐며 불평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예기치 않게 번 아웃 현상이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러기 전에 일을 잘 분배해서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이다.

마음에 따라서 힘든 일도 쉬운 일이 되기도 하고 쉬운 일도 어려운 일이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내가 일을 대하는 방식을 소개한다면 나는 일을 하나의 ‘놀이’로 생각하려고 한다.

누구든지 ‘일’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논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딘가로 놀러 가는 사람은 굉장히 부지런하고 열정적이고 흥에 겨워 있다.

자기 돈을 쓰면서도 좋아한다.

그런 마음을 내가 하는 일에 대입에 보면 그리 힘들게만 여겨지지 않는다.

즐겁기도 하고 흥이 나기도 한다.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일하는 게 힘들지 않냐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맨날 놀고 있다고 한다.

집에서도 놀고 출근해서도 놀고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놀고 책상에 앉아서도 논다고 한다.

일이라고 생각하면 보수를 다질 것이고 근무시간을 따지면서 투덜댈 것이다.

그런데 논다고 생각하니까 보수가 많지 않아도 괜찮고 초과 근무를 하더라도 당연한 일이려니 생각한다.

일에 짓눌린 노동이 아니라 즐겁게 행하는 오락이라 생각한다.

이런 내가 궁금한지 사람들이 또 묻는다.

“어쩌다가 그 일을 택하게 되셨어요?”

그러면 나는 웃으면서 대답한다.

“이 길이요? 제가 좋아서 왔어요.”


물론 나도 일하는 게 힘들다.

그러나 힘들다고 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

기왕 해야 할 일이라면 억지로 하는 것보다 즐기면서 하는 게 훨씬 낫다.

오늘도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고 있지만 보람찬 하루이고 즐겁게 놀다 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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