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전주에 일이 있어서 갔다 오는 길에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이용하게 되었다.
그 길이 조금 빠르기도 하지만 그 길 중간에 있는 이인휴게소에 들러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속도로 휴게소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에게 정보를 준 사람은 요즘 고속도로 휴게소는 단순히 휴게소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지가 되기도 하고 맛집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인휴게소에서 판매하는 갈비탕을 꼭 먹어봐야 한다고 했다.
어차피 어디에선가는 저녁식사를 해야 할 처지였기에 기왕이면 이인휴게소에 들르기로 했다.
그리 큰 규모의 휴게소는 아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져서 그런지 휴게소에 주차된 차량도 많지 않았고 푸드코트도 한산했다.
휴게소 음식이니까 갈비탕 1인분에 1만원 정도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가격표를 보니 우리 동네 갈비탕 맛집보다 훨씬 비쌌다.
‘맛없기만 해 봐라.’라는 심정으로 특갈비탕을 주문했다.
왕갈비탕으로 충분하겠지만 그곳의 대표 음식을 먹고 싶었다.
주문을 하고 조금 기다리니 보글보글 뚝배기 그릇에 담겨 끓고 있는 갈비탕이 나왔다.
고기를 잘게 잘라서 먹으라고 집게와 가위까지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자리에 앉아 갈비뼈를 집게로 집어서 올렸는데 고기가 쏙 빠졌다.
그만큼 고기를 푹 삶았다는 증거이다.
고기를 입에 넣어보니 야들야들하면서 부드럽게 씹혔다.
저렴한 고기가 아니라는 것은 한 입만 먹어도 알 수 있었다.
맛있었다! 과연 입소문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고기 맛도 좋고 국물 맛도 좋았다.
한 그릇 다 비워내다 보니 집에 있는 식구들 생각이 났다.
포장 주문이 가능할까 궁금했는데 포장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더군다나 포장 주문을 하면 가격을 대폭 할인해준다.
갈비탕 2인분을 포장해서 나오는데 마음이 뿌듯해졌다.
고속도로 휴게소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화장실에 들르기 위해서, 아니면 기름을 주유하기 위해서,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서 잠깐 들르는 곳이었다.
군것질거리 몇 종류 사서 떠나면 그만이었다.
이번 휴게소 지나치면 다음 휴게소에 들르면 되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휴게소에도 차별화 바람이 불었다.
한 번만 보고 말 사람을 대하는 휴게소가 아니게 되었다.
자동차가 많아지고 사람들의 여가시간이 많아지면서 휴게소에도 단골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 년에 한두 번 들르는 모처럼만의 손님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들르는 단골손님들이 나타났다.
장사하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마음과 태도는 사람을 잡는 것이다.
휴게소에도 그런 바람이 불어왔다.
사람을 잡으려면 그 휴게소만의 특징이 있어야 한다.
이인휴게소는 그 특징으로 갈비탕을 꼽은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들은 크고 멋지고 굉장한 것들만이 아니다.
아주 작은 것들도 충분히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작은 것이라고 해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감탄사가 터져 나왔던 경험이 얼마나 많은가?
삐까번쩍한 식당에서 상다리가 부러지듯이 나오는 밥도 맛있겠지만 허름한 기사식당에서의 해장국 한 그릇이 더 땡길 때도 있다.
남들은 휴게소의 갈비탕을 그냥 한 끼 때우는 정도면 된다고 생각할 때 누군가는 휴게소에서도 명품 갈비탕이 태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남들은 휴게소 손님을 지나가다가 한 번 들르는 손님이라고 생각할 때 누군가는 자기 발로 찾아온 휴게소 손님을 다음에도 다시 찾아올 단골고객으로 만들 생각을 했던 것이다.
당장 나도 누군가에게 이인휴게소에 들러서 갈비탕을 먹고 오라고 말할 생각이다.
그리고 휴게소에서 나올 때는 집에 있는 식구들을 생각해서 2인분 포장도 하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