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일만 잘해도 먹고사는 데 큰 도움이 되는데 어떤 사람은 다방면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주중에 하는 일과 주말에 하는 일이 다른 사람이 있고 낮에 하는 일과 밤에 하는 일이 다른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펑펑 노는 것 같은데 놀면서도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들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적잖이 있다.
슈바이처는 피아노도 잘 쳤지만 철학, 신학, 의학박사의 학위를 가졌었다고 한다.
조선의 왕들 중에서도 정조대왕이나 세종대왕은 박사학위를 열 개 정도는 취득하고도 남았을 사람들이다.
철학자들 중에는 수학의 대가들도 참 많다.
과학자들 중에는 미술에 꽤나 실력이 있었던 인물들도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스케치들을 보면 마치 위대한 화가가 그린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이런 사람들을 보다가 한 가지도 일도 버거워서 쩔쩔매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 부끄럽기만 하다.
세종대왕은 장영실이라는 과학자를 불러들여 온갖 기계들을 만들게 하고 하늘의 별자리까지 살피게 했다.
장영실도 뛰어났지만 세종대왕도 그에 못지않은 실력자였다.
한번은 음악 전문가인 박연에게 편경을 만들게 했는데 편경의 소리가 조금 애매했다고 한다.
돌 하나가 제소리를 내지 못하고 좀 떨어지는 음을 냈던 것인데 세종대왕이 그걸 듣더니만 편경의 음 하나가 다르다고 하면서 박연에게 살펴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당시 최고의 음악가였던 박연이 살펴봤더니 과연 편경의 재료인 돌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미세한 차이를 구별해낼 정도로 세종대왕은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정조대왕은 또 어떤가?
장군들과 활쏘기 시합을 해서 텐(10점 만점), 텐, 텐의 명중률을 이룰 정도였다고 한다.
정조대왕이 오늘날 우리와 같은 시대에 살았다면 국가대표 양궁선수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도대체 위인들은 어떻게 살았길래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는지 연구해 보고 싶었다.
그들이라고 해서 하루가 스물다섯 시간이었던 것은 아니었을 텐데 똑같은 시간을 사용하면서 그런 위대한 일들을 했는지 궁금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더니 뭔가 짚이는 게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 모든 학문은 서로 연결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 분야에 도가 트인 사람은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도 관심을 갖게 되고 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만 했는데 요즘 들어서 점점 그 생각이 굳어지고 있다.
피타고라스는 이 세상이 숫자로 가득하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질서들을 숫자로 풀이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 들어갔을 때 자신의 몸무게만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유레카’를 외친 것도 그가 철학자이면서도 수학에 도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에게도 위인들과 같은 그런 위대성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랬더니 아주 빼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나에게도 그런 면이 조금은 있었다.
사실 내가 학창시절에 제일 싫어했고 어려워했던 과목이 미술이었다.
사람 그림을 그렸을 때 손가락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미술에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손가락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다.
그만큼 미술에 젬병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내가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냐면 이게 다 책 읽기 운동 때문이었다.
책을 읽다가 보니까 역사에 관련한 책들을 읽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까 미술사에 대한 책도 읽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점 미술 작품과 미술가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비슷한 경로를 따라서 음악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문학도, 철학도, 과학분야도 그렇다.
‘아! 모든 학문은 서로 연결되는구나!’ 하는 것을 몸소 깨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