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한 표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by 박은석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내 손으로 국가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일이다.

만 18세 이상의 나이만 되면 아무나 투표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투표권을 가졌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일이다.

민주주의의 틀이 고대 아테네에서 시작되었다는데 당시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일부의 귀족들에게만 투표권이 있었다.

로마제국을 거쳐 서양에 왕정국가들이 자리를 잡았을 때는 국민 한 사람에 대한 권리 같은 것은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간혹 봉건 영주들의 권력이 강해서 연방정부를 세울 때가 있었는데 그때에도 세력 있는 제후들만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인류는 긴 세월 동안 권력의 대물림을 당연하게 여겼고 왕권은 하늘이 주는 것이라는 왕권신수설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왕을 하늘의 아들이라며 숭배하기도 하였고 태양의 현신이라고 여기기도 하였다.

지도자를 백성들의 손으로 뽑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지도자가 똑똑하고 실력이 있을 때는 나라가 평안했다.

그러다가 그 유능한 지도자가 유명을 달리하면 아들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야 했다.

그럴 때 아버지보다 훌륭하거나 아버지만큼 치리할 수 있는 지도자라면 괜찮다.

하지만 역사는 꼭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삼국지의 유비는 훌륭한 군주였지만 그 아들 유선은 왕권을 이어받자마자 멸망당했다.

조조의 가문도 3대를 넘기지 못하였고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아들 대에 가문이 멸족당했다.

이런 세상사를 꿰뚫어본 정도전은 조선을 왕과 사대부가 협치하는 나라로 만들려고 했다.

임금과 백성의 대표인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이 한 자리에 앉아서 정사를 의논하는 의정부(議政府)를 둔 것도 그 일환이었다.

이러한 사실들을 살펴보면 기나긴 역사 속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치에 참여하였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투표를 한다는 것은 굉장한 특권이다.




일찍이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추구했던 서양의 여러 나라들도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지는 채 100년 정도밖에 안 되었다.

민주주의의 대표 나라로 여기는 미국의 경우도 흑인들이 백인들처럼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것은 1964년 이후였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역사가 있었지만 1945년에 해방하면서 곧바로 성인 남녀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특별한 나라이다.

1948년 1대 대통령 선거를 시작으로 해서 수많은 선거가 치러졌다.

처음에는 투표권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몰랐다.

정치는 정치하는 사람이나 하고 백성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투표하면 밥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며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막걸리 한 사발에 표를 팔아먹고 고무신 한 켤레에도 인심 쓰듯 표를 던졌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을 외치며 표를 몰아주기도 했다.




스물한 살 때 치른 내 첫 번째 대통령선거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기권을 했다.

두고두고 후회할 짓을 한 것이다.

투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국가 전체의 운명에 내가 참여하는 일이다.

내가 원하는 사람이 당선되든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이 당선되든 그와 함께 몇 년을 지내야 한다.

‘누가 되든 알아서 잘 하겠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이 당선되면 나라를 떠나겠다는 식의 마음을 품어서도 안 된다.

나와 내 나라는 운명공동체이다.

투표의 영광도 함께 해야 하고 투표의 아픔도 함께 해야 한다.

나치당과 히틀러에게 표를 몰아준 독일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푸틴에게 표를 준 러시아는 지금 엄청난 일을 벌이고 있다.

투표의 아픔은 지나간 역사로 충분했다.

이제 내가 가진 한 표를 소중히 여기고 일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내 손으로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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