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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r 10. 2022

좋다고 까불대지 말고 안 좋다고 주눅들지 말자


아프리카의 어느 원주민들은 원숭이를 잡기 위해 가죽으로 만든 자루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가죽 자루에 원숭이가 제일 좋아하는 쌀을 넣고 나뭇가지에 단단히 매달아 놓습니다.

가죽 자루의 입은 좁아서 원숭이의 손이 겨우 들어갈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런 자루를 매달아 놓고 얼마 동안을 기다리면 영락없이 원숭이가 찾아와서 자루 속에 손을 집어넣습니다.

그리곤 쌀을 움켜쥐고 흐뭇해합니다.

그러나 원숭이가 가죽 자루에 손을 집어넣는 순간 원숭이의 운명도 끝장이 납니다.

쌀을 잔뜩 움켜쥔 원숭이는 아무리 기를 써도 그 자루 속에서 손을 빼낼 수가 없게 됩니다.

손을 펴서 쌀을 버리기만 하면 쉽게 손을 빼낼 수 있는데 원숭이는 손안에 들어온 쌀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결국 한 줌의 쌀 때문에 사람들이 다가올 때까지 자루에서 손을 빼지 못한 어리석은 원숭이는 그 자루와 함께 사람들에게 붙잡히고 맙니다.




가끔 우리도 이런 원숭이처럼 행동할 때가 있습니다.

좋은 것을 잡았다며 그것을 손에 쥐고 흐뭇해하곤 합니다.

그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 안 좋은 것인지는 사실 잘 모릅니다.

지금 당장 먹을 수 있고 쓸 수 있으니까 좋은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만약 그런 것이 없으면 오히려 자신을 불행하게 여깁니다.

손에 아무것도 없으면 홀가분하기도 할 텐데 사람들은 홀가분하다는 생각을 갖는 게 아니라 손에 쥐고 있는 게 없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나 걱정을 합니다.

이런 걱정은 점점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그 불안한 마음이 가지를 치고 새끼를 쳐서 커지면 급기야 몸에 이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주 작은 것인데 그것을 손에 쥐고 있느냐 쥐고 있지 않느냐에 따라서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우리 주위에는 이런 별것도 아닌 것 때문에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영원히 좋은 것도 없고 영원히 안 좋은 것도 없습니다.

좋았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보기 싫어지기도 하고 안 좋았던 것도 오랜만에 보면 좋아지기도 합니다.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황금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마이더스 왕은 결국 자신의 손을 저주하면서 황금 속에 파묻혀 죽어갔습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싶었던 메릴린 먼로는 최고의 인기 배우가 되었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차라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여성으로 살았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조선 태종 이방원은 왕권을 손에 움켜잡고 싶었습니다.

왕권을 잡기만 하면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왕권을 잡았을 때 그의 형제들은 이미 그의 손에 목숨을 잃었으며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왕권이 정말 좋은 것인 줄 알았는데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고고학자들이 이집트의 사막 땅을 파헤치다가 무엇인가를 발견하면 굉장히 기뻐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3천 년 전 사람들이 먹다 버린 고기의 뼛조각이기도 하고, 깨진 그릇 조각이기도 합니다.

그때는 그게 쓰레기통에나 들어갔을 쓸모없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중요한 보물처럼 여깁니다.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탕의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유레카’를 외치며 시내를 방방 뛰어다녔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 땟국물 흐르는 물이 뭐가 좋다고 그렇게 난리를 쳤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땟국물 흐르는 물도 귀한 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 이상합니다.

분명히 얼마 전에 쫄딱 망한 사람인데 지금은 성공가도를 달리기도 하고 잘 나가던 회사가 순식간에 폭삭 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지금 좋다고 까불대지도 말고 안 좋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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