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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r 11. 2022

싸움에서 지더라도 얻는 게 있다면 승리자이다


어느 날 황새가 하늘을 날다가 입을 딱 벌리고 있는 조개를 보았습니다.

황새는 조갯살을 보자 군침이 돌았고 꼭 먹고야 말겠다는 마음이 들어 조갯살을 잽싸게 물었습니다.

그 순간 조개도 화들짝 놀라서 황새의 부리를 힘껏 물었습니다.

황새는 조개껍데기에 갇힌 주둥이를 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조개가 필사적으로 물고 있었기 도저히 빼낼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조갯살을 더 꽉 물고 조개에게 고통을 가하고 있었습니다.

그 둘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그 옆을 지나가던 어부가 그 모습을 보고는 살그머니 다가가서 황새와 조개 둘 다 잡아버렸습니다.

어부는 뜻밖의 횡재에 기뻐하며 황새와 조개를 자루에 넣어 집으로 갔습니다.

황새와 조개는 서로 지지 않으려고 싸움을 했지만 결국 둘 다 어부에게 잡히고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나온 한자어가 바로 어부지리(漁父之利)라는 말입니다.




황새와 조개는 서로 상대방에게 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조개는 자신의 살을 물고 있는 황새가 미웠고 황새는 자신의 부리를 물고 있는 조개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더욱 세게 물었습니다.

미안했다고 하면서 물고 있는 입을 푸는 순간 자신이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모욕은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그들은 또 다른 위협이 자기들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사람이라고 해서 황새나 조개와 차원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사람들도 서로 물고 늘어지다가 상대방도 망하고 자신도 망하는 경우를 경험합니다.

상대방이 이기는 꼴을 보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상대방이 잘 되는 꼴을 견디지 못해 합니다.

오히려 나도 망하고 너도 망하자고 달려듭니다.

그렇게 둘 다 망해 버리면 옆에 있는 사람만 얼떨결에 이득을 봅니다.

죽 쒀서 남 주는 격입니다.




둘 다 윈윈하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한 사람이라도 잘 되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가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이상합니다.

배가 아플 때가 너무나 많습니다.

남이 잘 되어도 배가 아프고 남이 잘 안 되어도 배가 아픕니다.

남이 잘 되는 모습을 보면 속상해서 배가 아프고 남이 잘 안 되는 모습을 보면 좋아서 웃다가 배가 아픕니다.

이래도 배가 아프고 저래도 배가 아픈데 그 둘 중에서 그래도 어떤 게 낫겠냐고 물으면 남이 잘 안 되는 것이 더 좋다고 합니다.

겉으로는 “너라도 잘 되었으니 다행이야.”라고 말은 하지만 속마음은 정반대입니다.

‘너도 나처럼 망해야 하는데 왜 안 망했니?’라고 묻는 것 같습니다.

다 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라도 성공하는 게 더 낫습니다.

그 한 사람이 비빌 언덕이 되기도 하고 건널 징검다리가 되기도 하고 사닥다리의 그다음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중국 무협영화에서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원수 같은 사람이 꼭 나옵니다.

그 원수는 밥도 잘 먹고 옷도 잘 입고 잘 살아갑니다.

반면에 주인공은 산에서 고생 고생하면서 성장합니다.

원수 같은 사람이 병이라도 걸려서 일찍 죽어버리면 좋겠지만 그러면 주인공은 삶의 목적을 상실합니다.

원수 갚을 일이 없어지니까 더 이상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습니다.

그 원수가 살아 있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주인공이 인생의 목표도 세우고, 무술 실력도 향상시키고, 힘과 지혜를 쌓아갑니다.

둘 다 망하는 것은 좋은 결과가 아닙니다.

원수 같은 존재를 통해서도 나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황새와 조개가 서로 물고 늘어지더라도 어부가 올 때 잠깐 휴전을 택했다면 그들은 체력도 기르고 싸움의 기술도 익히고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도 익혔을 것입니다.

비록 싸움에서 지더라도 얻는 게 있다면 그가 바로 승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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