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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r 12. 2022

꿀벌이 소중하다. 세상 모든 사람이 소중하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돌아왔다.

이제 곧 꽃이 피기 시작하면 꽃봉오리를 넘나드는 벌들의 앵앵소리가 들릴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 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 흔한 꿀벌들이 종적을 감추고 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일까?

꿀벌의 세상이 돌아오는데 꿀벌이 없다니!

그럼 이제 벌꿀 가격이 오르는 것인가?

우리 집은 꿀을 잘 안 먹으니 괜찮은 것인가?

어떤 작은 변화가 일어날 때 눈에 보이는 그 작은 것만 생각하지 말고 그와 연관된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세상을 감싸고 있는 식물들의 대부분은 벌들 때문에 수정을 한다.

그 녀석들이 꽃 속에 들어가서 꿀을 따면서 꽃의 수술을 온몸에 묻혔다가 다른 꽃의 암술에 묻혀준다.

그래서 열매를 맺게 하고 식물이 번성하게 만들어 준다.

만약 꿀벌이 사라진다면 이 일을 대신해줄 존재가 없다.

그럼 나무가 줄어들고 숲이 줄어들고 나중에는 지구가 황폐해진다.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을 발표할 당시에는 농약과 살충제 때문에 꿀벌을 비롯한 곤충들이 줄어들고 새들이 줄어들어서 환경이 파괴된다고 했다.

긴 투쟁 끝에 농약과 살충제 사용을 줄이기도 하고 금하기도 하면서 지구 환경을 조금 돌려놓았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지구가 만신창이가 될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꿀벌이 줄어든다는 뉴스에 화들짝 놀라면서 앞날에 대한 걱정이 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뉴스에서도 크게 다루지는 않았다.

지나가는 소식처럼 살짝만 보도했다.

사람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꿀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직장 동료도 없었다.

별것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꿀벌이 겨울잠을 늦게까지 자는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그런데 꿀벌도 겨울잠을 잤던가?

당장은 양봉농가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이야기만 한다.

하지만 곧 우리 전체의 피해가 될 것이다.




꿀을 좋아하지도 않고 자주 먹지도 않는데 꿀벌이 줄어드는 것 때문에 내가 걱정하고 있다.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때문에 우리 집 살림살이가 힘들어지고 있다.

나와는 관계없는 작은 존재 때문에, 나와는 멀리 떨어진 먼 나라의 전쟁 때문에 내가 힘겹게 살아간다.

무시하고 싶은데 무시할 수가 없다.

그것들이 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 몸 곳곳이 핏줄로 연결되어 있듯이 꿀벌도, 우크라이나나 러시아도 보이지 않는 핏줄로 나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꿀벌이 죽으면 나도 죽을 수 있고 우크라이나나 러시아가 망하면 나도 망할 수 있다.

철없던 어린 시절에야 고무신으로 꿀벌을 낚아채서 그 꽁무니에 있는 침을 빼고 꿀벌을 곯려주곤 했다.

꿀벌 한 마리쯤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철이 없어서 그게 곧 나를 죽이는 일인 줄 몰랐으니까 그랬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나쁜 짓이었다.




살생을 금하는 불가에서는 스님들이 산길을 갈 때 일부러 지팡이를 쿡쿡 내리찍으면서 걷는다고 한다.

산길 곤충들에게 어서 피하라고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한다.

성경에서 고기를 먹은 기록을 보니까 노아의 홍수 이후에야 고기 식용이 가능했다.

그것도 피채 먹지 말라고 했다.

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지만 생명을 소중히 다루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비단 꿀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지구상에 있는 동물 종 하나라도 없어지면 재앙이다.

식물 종 하나 없어지면 큰 재난을 맞게 된다.

보면 징그럽게 보이는 지렁이도 지구를 지키는 데 있어서는 꼭 있어야 할 존재이다.

바이러스도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재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도 다 소중하다.

그런 마음으로 사람을 보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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