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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r 26. 2022

문화는 잘난 척하는 게 아니다


중국의 소수민족 중에는 한 명의 부인에 두 명의 남편을 두는 1처 2부의 혼인제도를 지켜오던 부족이 있다.

물론 현대사회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여 정부로부터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

우리 눈에는 이상한 풍조이겠지만 그들의 눈에는 한 명의 남자가 여러 명의 여자를 두었던 우리 조선사회 같은 경우를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문화나 전통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게 아니라 그 지역의 사람들이 긴 시간 동안 살아오면서 만들어낸 생존 전략들이다.

이런 이해를 바탕에 두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든지 자신의 문화는 우월한 문화이며 상대방의 문화는 저급한 문화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그렇게 문화의 우열을 나눠버리는 순간 사람에 대한 우열이 생기고 만다.

우월한 문화를 지닌 자신들은 우월한 인간이며 열등한 문화를 지닌 상대방은 열등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생각은 상대방을 인간의 범주에서 끌어내리려고 한다.




인류의 시작에 대해서 창조론이 맞다 진화론이 맞다 의견이 팽배하게 나뉘지만 두 주장 모두 인류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이나 지금의 아프리카 지역에서 시작했다고 본다.

하긴 고대 문명국들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피라미드를 건축한 이집트 문명, 지구라트를 쌓아올린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분명 그들이 당대에 세계 최고 최강의 문화인들이었음을 증명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성문법을 가졌던 히타이트제국과 근동의 패자로 자리매김했던 앗시리아, 바벨론, 페르시아제국 모두 피부색이 짙었던 사람들이었다.

당시에 백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역사는 관심을 가져주지도 않는다.

마케도니아의 젊은 왕 알렉산더가 등장하기 전까지 백인들은 인류문명의 변방에 치우쳐 있었다.

그리스문화를 등에 업은 로마가 천년을 존속하면서 드디어 백인들이 지구 상에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백인들의 입장에서 본 세상이 그럴 뿐이다.

지구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피부색이 짙은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에 의해서 인류의 문화와 문명이 꽃을 피웠다.

글자의 발명, 수학 0의 사용, 천문학의 발전은 모두 피부색이 짙은 사람들의 차지였다.

19세기 전까지 백인들의 세상은 아무리 동쪽으로 진격한다고 해도 인도를 넘어오지 못했다.

징기즈칸제국과 오스만투르크제국에 혼쭐이 났던 백인들은 지중해 동쪽의 땅을 차지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동쪽에 위치했던 색이 짙은 사람들은 당연히 세상이 자신들의 차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바로 그 순간 힘의 축이 움직였다.

땅을 차지하지 못한 백인들이 바다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길을 찾아 바다로 나갔는데 그게 세상을 장악하는 새로운 길이 된 것이다.

길을 차지한 자가 권력을 얻는다는 사실을 동양의 사람들은 잊어버린 것이다.




길을 뚫은 백인들은 처음에는 땅을 많이 얻으려고만 했다.

하지만 땅을 얻으려고 하니까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계속 싸워야 했다.

군사력으로 정복은 하였지만 통치하려면 뭔가 특별한 장치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이 내세운 것이 문화의 우월성이었다.

피부색이 하얀 사람들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과 같다고 세뇌시킨 것이다.

자기들의 문화는 무조건 좋고 피부색이 하얗지 않은 사람들의 문화는 형편없이 수준이 낮다고 가르쳤다.

하늘이 웃고 땅이 웃을 일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음식에 넣을 양념도 변변치 못했고 입고 다닐 옷도 형편없었으면서 말이다.

자기들의 문화가 최고라고 했던 순간 동양의 나라들이 무너졌고 아메리카 대륙도 무너졌다.

문화는 그렇게 잘난 체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왔는데 당신들은 그렇게 살아왔군요!’하면서 서로 존중해주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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