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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pr 04. 2022

고전을 읽는 나만의 방법


얼마 전에 아들이 학교에서 읽을 책을 고른다며 고심하고 있었다.

학교 선생님께서 도서 목록을 주셨는데 그중에서 한 권 골라서 읽으면 된다고 했다.

목록을 보니까 최근에 나온 책들도 있었지만 고전도 꽤 있었다.

나에게 있어서 고전이란 내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책이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책이니까 누가 뭐라고 해도 나에게는 충분히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쓰인 책이기 때문에 일단 그 책이 나올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을 모른다.

안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머리로만 조금 이해할 뿐이다.

내 몸으로 직접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안다고 할 수가 없다.

예를 들면 100년 전의 사람들이 먹을 게 없어서 배가 고팠다고 하는데 그 배고픔의 강도가 얼마인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배고팠던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분위기 파악도 안 되니 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나온 책은 어휘도 어렵다.

그 당시에 사용하던 어휘가 오늘날에는 사라져버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책을 읽는데 ‘도라꾸’라는 단어가 나오길래 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트럭’이었다.

그 당시에는 트럭을 ‘도라꾸’라고 했었나 보다 생각했다.

이렇게 단어의 뜻을 추측하고 찾아보고 꿰어맞춰야 하는 일들도 있다.

그래도 우리말로 쓰인 책들은 낫다 번역된 책들은 정말 어렵다.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도 알아야 하고 사회적인 상황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이해할 수가 있다.

삼국지를 읽을 때 유비가 자주 등장하고 멋있어 보이니까 위, 촉, 오의 세 나라 중에서 유비의 촉나라가 제일 큰 줄 알았다.

나중에 지도를 보고 나서야 촉나라가 위나라보다 훨씬 작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수많은 오해와 억측이 난무했었다.




이해가 어려운 책으로서 그리스-로마 신화 만한 것이 없다.

등장하는 신이나 인간의 이름부터 낯설기 때문이다.

언젠가 ‘프로쿠스테스의 침대’라고 해야 하는데 ‘프로메테우스의 침대’라고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이름이라도 익숙해지려면 밑줄을 그으면서 달달 외워야 할 것 같다.

<논어>, <맹자> 같은 경전들은 한자로 볼 수 있으면 좋은데 내 실력이 그에까지 미치지는 못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번역본으로 보게 되니까 경전의 깊은 맛을 느끼기가 어렵다.

소설도 옛날 책들은 읽기가 수월치 않다.

일단 페이지가 많다.

읽다 보면 앞부분의 내용을 까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복잡한 심리묘사들도 많이 나온다.

지금 이 부분이 누구와 대화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등장인물의 마음속 생각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런 때는 정말 머리 아프다.

읽어도 뭐가 뭔지 모른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어려운 고전을 쉽게 읽는 방법을 장착했다.




내가 고전을 쉽게 읽는 방법은 첫째로, 처음부터 끝까지 최대한 빨리 읽는 것이다.

나무를 보기 전에 먼저 숲을 보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다.

둘째로, 부록에 나와 있는 작가의 연보를 살펴본다.

그러면 작가의 인생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셋째로, 그 책을 요약하거나 비평한 글을 살펴본다.

이 부분은 인터넷을 통해서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데 그런 글들을 보면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깨달을 수 있다.

넷째로, 동일한 책을 다시 읽거나 다른 번역본으로 읽어본다.

한 번 볼 때보다 두 번 볼 때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다양한 번역본으로 보면 더 넓게 이해할 수 있다.

다섯째, 그 책과 연관된 책이 있으면 그 채들을 찾아보고.

그 책에서 언급된 음악이 있으면 그 음악을 들어보며 그림이 있으면 그 그림을 찾아본다.

그리고 정말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고전 읽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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