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Sep 19. 2020

자동교정 기능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다보면 단어에 가끔씩 빨간색 밑줄이 그어진다. 타이핑을 잘못했을 경우가 그렇다. 그런데 제대로 타이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빨간 줄이 그어지면 그 경우는 내가 맞춤법이나 단어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이다. 평생 사용해 온 말이고 의사소통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으니까 당연히 글에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막상 글을 써 보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 중에 잘못된 표현이 참 많다. 맞춤법이 틀리는 경우는 부지기수이이다. 오래 전 학창시절에 배운 기억을 떠올리며 제대로 된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그 동안 표현의 변동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 흔히 쓰는 사투리나 축약어와 신조어들도 문장에서는 부적절한 표현이므로 빨간 줄이 주욱 그어진다.     


말을 꼭 제대로 써야 하느냐면서 의미만 통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굉장히 짧은 생각이다. 획 하나 차이로 의미가 전혀 달라지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웬’과 ‘왠’이 다르고 ‘제’와 ‘재’가 다르다. 그리고 잘못된 표현 때문에 글쓴이의 수준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이들은 ‘계란’을 꼭 ‘겨란’으로 표기한다. 자신은 집안에서도 그렇게 쓰고 동네에서도 그렇게 사용하니까 아무 이상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사투리로서 문장에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한 표현이다. 이렇게 잘못된 표현이 나오면 그 글뿐만 아니라 글쓴이의 지식수준이 갑자기 툭 떨어져버린다. 물론 유명 작가의 경우에 일부러 사투리나 통속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이 빨간 줄이 생길 때 빨리 사전을 찾아보고 고쳐야 한다.      


예전에는 우리말 표준어가 무엇인지, 띄어쓰기가 어떻게 되는지 일일이 사전을 찾아가면서 살펴봐야만 했다. 그런데 인터넷 세상이 되고나니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문의하면 금방 알 수가 있다. 이곳은 꼭 국어선생님이 되려는 사람만 찾아보는 사이트가 아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수시로 드나들며 바른 말 표현을 배울 필요가 있다. 말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러므로 말을 바르게 사용하고 글을 바르게 표현하면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책을 읽다가 한 문장이 마음에 걸려서 오래도록 눈을 떼지 못한 경험들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정호승 시인은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친 말들을 모아서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라는 책을 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는지 모른다. 말 한마디의 힘이다.     


최근에는 컴퓨터 문서작성 프로그램에 ‘자동교정 기능’이 있어서 우리가 손쓰지 않아도 제대로 된 말로 척척 고쳐주기도 한다. 참 편리한 기능이다. 이런 기능을 잘 사용하여 글을 쓰면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춘 글쓰기로 보인다. 컴퓨터가 모니터에 보이는 우리의 글쓰기 작업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글쓰기 작업은 매일매일 우리의 인생노트에도 이루어지고 있다. 모니터는 우리 눈에 보이지만 우리 인생노트는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과연 지금 제대로 쓰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키보드처럼 타이핑했다가 Delete를 누를 수도 없다. 잘못 썼다고 해서 지우개로 지울 수도 없고 수정액으로 덧칠할 수도 없다. 한 번 쓰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러니 제대로 올바르게 잘 써야 한다. 인생노트에는 자동교정 기능이 없다.

작가의 이전글 상처 속에 깃든 축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