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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pr 20. 2022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지켜야 할 거리가 있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태양계에 있는 9개의 행성이라고 달달 외웠었다.

이 9개의 행성은 태양을 부모로 하는 한 가족이라고 생각했었다.

그중에서 태양으로부터 제일 멀리 떨어져 있는 명왕성은 1930년에 미국의 천문학자인 클라이드 톰보(Clyde W. Tombaugh)가 발견했다.

사람들은 그리스신화의 죽음의 신 플루톤의 이름을 따서 그것을 플루토(Pluto)라고 불렀다.

그러나 2006년 8월에 국제천문연맹에서는 명왕성을 태양계에서 축출해 버렸다.

명왕성은 왜소행성으로 분류되어 국제 소행성센터로부터 ‘134340’이라는 번호를 부여받았다.

명왕성이 태양계의 행성에서 퇴출된 이유는 이게 행성이라고 부르기에는 그 크기가 너무 작고, 그 때문인지 명왕성은 태양계의 행성궤도와 다르게 움직인다고 한다.

그리고 명왕성은 태양보다 카론이라는 별과 더 가까운 관계라고 한다.

태양의 중력보다 카론의 중력을 더 강하게 받고 있다는 것이다.




중력의 법칙에 따르면 모든 물체 사이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한다.

그 힘의 균형으로 두 물체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중력의 법칙은 행성들 사이에도 적용된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더 멀어지지도 않고 더 가까워지지도 않는 까닭은 지구와 태양 사이에, 그리고 지구와 다른 행성들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힘이 약해지면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더 멀어질 것이다.

그러면 그때는 지구가 꽁꽁 얼어붙어서 죽음의 행성이 될 것이다.

지구는 화성, 목성, 토성, 등의 행성과도 중력을 주고받는다.

만약 얘네들에게 지구를 끌어당기는 힘이 약해지면 지구는 태양 쪽으로 더 가까워질 것이다.

그러면 그때도 지구 종말의 날이 된다.

지구는 태양이 뜨겁다고 더 멀어져서도 안 되고 태양이 좋다고 더 가까워져서도 안 된다.

딱 이만큼 거리여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지켜야 할 거리가 있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처럼 같은 공간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있을 때는 다른 사람의 신체가 나에게 가까이 오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럽다.

그럴 때는 한 발짝 밖으로 살짝 떨어져야 편안하다.

반면에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한 발짝 안으로 들어와야 편안하다.

그게 심리적인 안전거리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과의 거리를 한 발짝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혼부부가 길을 가는데 한 발쯤 떨어져서 걸어간다면 그건 분명 무슨 문제가 있는 거다.

신혼부부는 거리를 떨어뜨리는 것보다 거리를 바짝 붙여야 편안하다.

그래야 내 편이고 한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사랑의 거리이다.

그들에게는 한 발짝 떨어지는 것도 마치 지구에서 안드로메다 성운 끝에 가는 것처럼 멀어 보일 수 있다.

심리적 거리는 살짝 띄우는 게 좋지만 사랑의 거리는 바짝 붙는 게 좋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심리적인 거리와 사랑의 거리 사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 같다.

한 발짝 밖에 서 있어야 했는데 그걸 참지 못하고 한 발짝 안으로 들어와서 다른 사람을 당황하게 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한 발짝 안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갔어야 했는데 한 발짝 밖으로 떨어져서 어색한 모습으로 걸어간 적도 많았다.

애매한 거리 차이 때문에 태양계에서 명왕성이 쫓겨났듯이 애매한 거리 차이로 인해서 친밀한 관계들을 끝내버렸던 것이다.

심리적인 거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인간관계가 망가져 버렸고 가까이 다가갔어야 했는데 살짝 거리를 둬서 어색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한 번 틀어진 거리를 회복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명왕성 꼬라지 나지 않으려면 거리를 잘 유지해야 한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그래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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