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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pr 25. 2022

다른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내가 문제였다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내용이다.

조나라 양왕(襄王)이 왕오기(王於期)로부터 수레 모는 방법을 배웠다.

왕오기는 당시에 말과 수레를 다루는 데 있어서 명인으로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명인에게서 제대로 배웠으니까 양왕의 수레 타는 실력도 굉장히 좋아졌었나 보다.

자신감이 붙은 양왕은 자신의 스승인 왕오기에게 수레 경주를 하자고 하였다.

임금과 경주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신하인 입장에서 왕오기는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다.

드디어 경주가 열렸는데 왕오기가 이겼다.

양왕은 수레를 모는 말을 바꿔서 다시 경주하자고 했다.

이번에도 왕오기가 이겼다.

다시 세 번째 시합을 했는데 역시나 왕오기가 이겼다.

화가 난 양왕은 왕오기에게 “그대는 나에게 수레 모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하면서도 그 기술을 다 가르쳐주지 않았군!”이라고 말하였다.

임금의 분노가 극에 달한 것 같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때 왕오기가 임금에게 대답하였다.

“폐하, 신은 이미 수레 모는 기술을 폐하께 모두 가르쳐드렸습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그 방법을 잘못 사용하셨기 때문에 경주에서 패하신 것입니다.

수레를 몰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의 몸과 수레를 일치시켜 말도 안정되고 수레도 안정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레 모는 자의 마음이 말과 조화를 이루어야 빨리 나아갈 수 있고 멀리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신보다 뒤처졌을 때는 신을 따라잡으려고 조바심을 내셨고, 신보다 앞서셨을 때는 신에게 따라잡힐까 봐서 초조해하셨습니다.

경주를 하다 보면 잠깐 앞설 수도 있고 뒤처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신보다 앞섰을 때도 신에게 마음이 가 있었고 뒤처졌을 때도 신에게 마음이 가 있었습니다.

폐하의 마음이 말과 조화를 이루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폐하께서 경주에서 폐하신 이유입니다.”




양왕이 경주에서 패한 것은 말 때문도 아니고 수레 때문도 아니었다.

기술이 없었기 때문도 아니고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도 아니었다.

모든 것이 잘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말이라고 하더라도 수레에 제대로 묶이지 못한다면 달릴 때마다 불편해서 제 속도를 낼 수 없다.

아무리 빠른 말이라도 그 말을 탄 사람과 호흡이 맞지 않으면 제대로 뛸 수가 없다.


그리스 신화에는 태양마차를 몰고 다니는 태양의 신 헬리오스와 그의 아들 파에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파에톤이 애걸복걸 부탁하자 헬리오스가 태양마차를 빌려주면서 한번 타 보라고 했다.

사용방법도 잘 알려주었다.

그런데 막상 황금마차에 올라탄 파에톤은 그 순한 말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황금마차가 갑자기 폭주기관차로 변하여 온 세상을 불태워버렸다.

좋은 것이 있어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 그렇게 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조나라의 양왕처럼 자신이 패배한 이유를 엄한 데서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무엇보다 자기 환경을 탓한다.

시기가 좋지 않았고 자본이 부족했으며 상황이 안 맞았다고 한다.

그것들만 바뀌었으면 분명 성공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으면 이번에는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탓한다.

사람들이 제대로 도와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모를 탓하고 선생님을 탓하고 친구를 탓하고 직장 동료를 탓한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바로 자기 자신에게 있다.

내가 환경에 적응하고 상황에 맞추면 된다.

내가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면 된다.

이미 우리는 너무나 좋은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그것들을 제대로 이용하기만 하면 된다.

다른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다.

내가 적응하고 내가 조화를 이루었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이제는 알았으니까 그렇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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