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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y 18. 2022

가정의 달 5월을 보내며 드는 생각

  

바쁘게 정신없이 지내다가도 5월이 되면 가족을 돌아보게 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들어 있어서 그럴 것이다.

‘가정의 달’이라는 별명이 붙어있어서도 그럴 것이다.

부모님이 살아계시면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이 떠나셨다면 한 번이라도 더 부모님의 묘를 찾아뵙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제아무리 불효막심한 자식일지라도 조금이나마 부모님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계절이 5월이다.

그런가 하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어딘가 즐거운 곳으로 나들이 한번 다녀오고 싶은 계절이 5월이다.

놀이공원에 사람이 많이 왔다고 뉴스에 나오지만 기어코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공원으로 향한다.

차를 타고 나오면 길에서 시간을 다 보낸다는 방송이 나오는데도 기어코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가자!” 외치고 만다.

5월에는 가족에게 추억거리 하나쯤은 남기고 싶다.

한국인이어서 그럴 것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어령 선생께서 <한국인 이야기 : 너 어디서 왔니?>라는 책을 썼다.

이 책에서 이어령 선생은 한국인이 어떤 사람인지 아주 해학적으로 풀어주었다.

우리 몸에 구불구불 핏줄이 얽히고설켜 있듯이 한국인에게는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 고갯길을 꼬불꼬불 걸어가는 듯한 정서가 서려 있다는 것이다.

그 꼬부랑 이야기의 한 자락이 바로 우리의 가정 이야기이다.

엄마 뱃속에서 열달을 지낸 후 세상에 태어나면 우리의 부모들은 포대기에 아기를 돌돌 싸서 안고 업고 키웠다.

서양 사람들은 일찌감치 아기에게 요람을 선물해주지만 우리네 부모들은 포대기에 아기를 싸서 자기 몸에 찰싹 달라붙게 만든다.

우리 것을 낮게 보았던 사람들은 여기서부터 우리가 서양 사람들에 비해 뒤처졌다고 했다.

서양 사람들은 일찍 독립심이 발달하는데 한국인들은 오래도록 의존성이 남아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문화라는 것은 어떤 게 더 월등하고 어떤 게 더 열등하다고 쉽게 말할 수 없다.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 문화와 포크로 찍어서 먹는 문화, 그리고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 문화 중에 어떤 게 더 낫다고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유치한 이야기이다.

그 지역의 음식과 식사 환경 등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런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포대기 대신에 요람을 사용하는 것이 앞서가는 좋은 문화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독립심이 강하다고 해서 서양 문화가 동양 문화보다 더 앞선 문화라고 볼 수도 없다.

따지고 보면 서양이 세계 무대의 강자로 떠오른 것은 얼마 되지도 않는다.

단지 자신의 문화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냐의 문제가 남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이어령 선생의 안목은 정말 탁월하였다.

우리 것이 왜 좋은지 구구절절 그 이유를 풀어주시면 누구든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 책을 보면 임진왜란 당시에 일본의 장군으로서 남원 지역의 선봉장이었던 사야가 장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조선 사람들을 보니까 피난 가는 와중에도 등에 무엇인가를 업어서 가고 있었다.

쌀자루인지 보릿자루인지 살펴봤더니 그런 게 아니라 늙으신 어머니, 아버지를 업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사야가 장군은 큰 충격을 받았다.

만약 일본에 전쟁이 나면 자기 부모를 업고 뛸 놈이 몇 놈이나 있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야만한 일본이 문화의 나라인 조선을 침략했다고 한탄을 했으며 아예 조선으로 귀화해서 김충선이라는 인물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전해오는 이야기여서 진위 여부를 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의도는 분명하다.

사람은 극한의 상황이 오면 이기적인 존재가 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도 자기 가족을 지키려고 하는 민족이라는 것이다.

그 핏줄이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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