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쓴 글을 보며 별을 생각한다

by 박은석


컴퓨터 안의 파일들을 살펴보다가 딸아이가 쓴 글을 발견했다.

2016년 파일인 걸 보니까 초등학교 5학년 때 쓴 글이다.

그때 나름대로 깔짝깔짝 글을 쓰곤 했었는데 이런 글을 썼다는 것은 몰랐다.

딸아이의 일기장을 훔쳐보듯 조심스럽게 파일을 열었다.

교회에서 여름성경학교가 있었는데 그때 2박3일인가 밖으로 나갔었다.

초등학생들로서는 집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밤을 지내는 것이 무척 가슴 설렜을 것이다.

믿고 맡겼지만 그때 어떤 프로그램들로 진행했는지 모른다.

단지 내가 기억하는 것은 성경학교가 끝난 후 언젠가 딸아이의 부서 선생님이 나에게 “윤하는 제 별 친구예요.”라며 인사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성경학교 때 같이 하늘의 별을 봤었다는 것이다.

‘건물도 많지 않은 동네로 갔으니까 전깃불을 껐을 때 별을 많이 볼 수 있었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이제 딸아이가 쓴 글을 보니 내 머릿속에 그날이 상상된다.




"오늘은 브런치 작가들에게 제 딸아이의 글을 한 편 소개합니다."


<30분 이상 밤하늘의 별을 본 소감 쓰기> - 박윤하


현서와 함께 우리 교회 소년부에서 하는 2박 3일 성경학교에 갔다.

8월 12일 밤, 유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10시 10분쯤에 현서와 옥상에 올라갔다.

옥상에 있던 다른 친구, 언니 오빠들은 지쳤는지 포기하고 내려갔다.

그래서 옥상에는 나, 현서, 이원숙 선생님만 있었다.

고개를 들고 보고 있기가 불편했는데 다행히 사각형 모양으로 튀어나온 것이 있어서 거기에 누워서 하늘을 보았다.

(나중에 오형석 선생님께서 말씀하셔서 알게 되었는데, 나중에 위에 건물을 더 지을 수 있도록 지어 둔 기둥이라고 하셨다.)


중간에 몇몇 친구들이 왔다갔지만 우리는 가지 않았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꼭 볼 거라는 목표를 가지고 계속 보다가 내가 이야기를 하는 중 구석 부분에서 별똥별 같은 게 지나갔다.

그게 아마 내 첫 별똥별이었을 거다.


그 뒤로 많은 별똥별들이 지나갔다.

하나의 별똥별이 나올 때마다 우리는 무척 기뻐했다.

소원을 빌어야 한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때의 우리의 소원은 많은 별똥별은 보는 거였다.

중간에 윤지 선생님, 은지 선생님, 형석 선생님께서 올라오셨다.

형석 선생님께서는 먼저 가시고 옥상에는 다섯 명이 있었다.

윤지 선생님께서 자꾸 비행기를 보시고 별똥별을 착각하신 것이 재미있었다.

그런데 두 선생님께서 오시니까 별똥별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기다리다가 마침내 진하고 선명하며 굵은 별똥별이 중간 부분에서 지나갔다.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그런데 갑자기 은지 선생님께서 “아, 오늘 윤하 생일이구나!” 하셔서 “제 생일 내일인데요.” 했더니 선생님께서 지금 12시 넘었다고 하셨다.(내 생일 8월 13일) 그래서 갑자기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부르고 나는 내 생일이 시작하는 그때에 하늘과 별똥별을 보고 있었다는 게 정말 기쁘고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몇 개를 더 보니까 25개를 보았다.


옷을 갈아입고 베개를 챙겨 다시 옥상에 올라왔지만 별똥별을 2개밖에 보지 못하고 왔다.

하지만 원래 살면서 별똥별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니 정말 뿌듯했다.


옥상에 누워 있을 때, 하늘은 참 신비로웠다.

하늘이 정말 둥글게 느껴졌다.

평소에는 느껴지지 않았는데 말이다.

눈을 조금만 위로 향하면 뒤쪽이 보였다.

또, 가장 중심이 가장 어두웠고 바깥쪽 부분은 정말 밝았다.

과학 시간에 배운 대로 북극성을 찾아보려고 하다가 카시오페이아 자리 같은 것을 찾았다.

거의 확실했는데 배운 대로 했더니 북극성이 보이지 않았다.(ㅠㅠ) 도시에서는 별이 많아도 열 개가 안 보였는데 여기서는 꽤나 잘 보였다.

도시에서는 이런 밤에 옥상에서 별똥별을 27개나 보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꿈을 초월했다.

방학숙제에는 30분 동안 하늘을 보는 소감인데 우리는 3시간을 보았다.

정말 뿌듯하고 기쁘다.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거다.




그날이 딸아이가 처음으로 별똥별을 본 날이었다.

그것도 평생 잊을 수 없을만큼 많이 봤다.

내가 지금껏 키워오면서 별똥별 구경 한 번 시켜준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 미안했다.

내 어렸을 적에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보면서 꿈을 키워왔는데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 별을 보여주지 못했었다.

내가 못한 일을 우리 교회에서 해 주었다고 생각하니 고마운 마음이 물씬 밀려왔다.




윤동주 시인은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별 헤는 밤>이란 시도 썼는데.

그 시에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를 노래했는데.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들을 떠올렸는데.

딸아이도 별을 보면서 많은 얼굴들을 떠올렸을 것 같다.

나중에 또 별을 보면 떠오를 얼굴들도 많을 것 같다.

저 위에 딸아이가 적어 놓은 이름들.

그 얼굴들도 떠오를 것이다.

그중에는 벌써 하늘의 별이 된 선생님도 계시다.


캄캄한 밤하늘에 반짝 수를 놓은 별처럼

딸아이가 캄캄한 세상에 반짝 빛을 비춰주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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