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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남자는 말야
아버지 나이만큼 살아보니 느껴지는 것들
by
박은석
May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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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흰머리가 많아졌다.
내가 어렸을 적에 아버지의 머리를 보니까 항상 새까맜었다.
아버지의 머리를 보면서 우리 집안사람들에게는 흰머리가 별로 안 나는 유전자가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아버지 나이만큼 살아보니까 흰머리가 많이 난다.
우리 집안에 흰머리 안 나는 유전자가 있는 게 아니라 아버지께서 흰머리가 나기 전에 일찍 가신 것이다.
아버지는 혈압이 높으셨고 뇌졸중을 앓으셨다.
그 당시 어른들은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건강을 체크하지 않으셨다.
아니, 그렇게 못하셨다.
그저 사람들이 몸에 좋다고 말하는 것들을 사다가 달여 마시며 몸보신한다고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무지했었다.
모르는 게 약이 아니라 몰라서 병이 들었고 몰라서 병이 심해진 분들이 많았다.
어쨌든 이전에는 못 느꼈었는데 아버지 나이만큼 살아보니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그건 바로 건강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 말이다.
일단 몸이 건강해야 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병 나기 쉽다.
나는 원체 건강체질이어서 건강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던 시절도 있었다.
철없고 어리석은 시절이었다.
건강체질은 없다.
아직 약한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마흔 살까지 내 몸무게는 64Kg에서 67Kg을 유지했었다.
늘어봤자 3Kg이었다.
살이 좀 쪘다고 보일 때면 한두 시간 뜀박질하면 2kg은 쉽게 빠졌다.
그러던 내 몸무게가 마흔을 넘어서면서 해마다 1Kg씩 늘어났다.
살 빼야지 빼야지 다짐은 했는데 막상 실천을 하지 못한 채 차일피일 넘겨왔다.
체중계의 숫자가 80을 넘어가는 순간 엄청 충격을 받았다.
설마 내가 그렇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며칠 전부터 밤에 걷고 뛰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1주일을 했더니 1Kg쯤 빠진 것 같다.
아직도 갈 길이 한창이나 남았다.
먹지 말라고 하는 나이는 꼬박꼬박 먹고 있고 늘리지 말라고 하는 뱃살도 차곡차곡 늘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시간과 돈을 들여 정성껏 투자한 내 뱃살을 빼야 한다.
아버지 나이만큼 살아보니 느껴진다.
건강 관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만 막상 건강 관리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김형석 선생의 책을 보면 안병욱 선생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한번은 안병욱 선생이 나이 들어도 늙지 않는 세 가지 비결을 알려줬다고 한다.
그것은 공부하는 것, 여행을 즐기는 것, 그리고 연애하는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요약해보면 계속 배우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타인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그런데 김형석 선생은 이 3가지 중에서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은 공부라고 한다.
당신은 계속 공부하였기에 백세가 넘도록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건강을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몸의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도 잘 챙겨야 한다.
마음이 건강하다는 것은 내가 이 시대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로 드러난다.
사회 속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사람에게 우리는 흔히 “사람이 돼라”라는 말을 한다.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다고 보는 것이다.
마음이 건강하다는 것은 정말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는 <인간의 대지>라는 책에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기와는 무관한 가난 앞에서도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동료가 가져간 승리를 함께 자랑스러워하는 것이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 자신의 돌을 가져다 놓으며 이 세상을 만들어 나아가는 데에 일조하는 것이다.”
라고 했다.
마음이 건강하다는 게 이 말
속에 다 들어 있는 것 같다.
아버지 나이만큼 살아보니 마음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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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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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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