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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y 24. 2022

브런치 작가라고 해서 만만한 글쟁이가 아니다


브런치 작가로서 글을 올린 지 1년 8개월이 지났다.

아직까지는 매일 한 편의 글을 올리겠다고 했던 처음의 다짐을 이어오고 있다.

670편의 글들이 그 증거로 매달려 있다.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다짐도 이어오고 있다.

신변잡기로 수다 떨 듯이 쓰는 글이 아니라 짧은 글이지만 한 가지의 생각거리는 주려고 한다.

한때 브런치북의 제목을 <한 뼘 생각>이라고 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남들은 내 글에 대해서 어떻게 평을 내릴지 모르지만 나로서는 정성을 들이고 있다.

내 성격이 꼼꼼한 편은 아닌데 글 쓰는 데만큼은 꼼꼼한 구석을 지키려고 한다.

A4용지를 4등분하여 기승전결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각 문단은 9줄로 맞추는데 브런치 활동 100일이 조금 지났을 때부터 그렇게 쓰고 있다.

글의 분량을 정하는 것은 나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

컨디션에 따라서 무리하지도 말아야 했고 또 나태해지지도 말아야 했다.




글의 소재를 얻기 위해서는 그전부터 해오던 책 읽기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다.

1년 200권 독서 운동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게 되었고 잡학지식들을 얻게 되었다.

그것들 중에서 몇 개를 꿰어맞추면 얼추 글 한 편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지식을 전하는 것밖에 안 되니까 싫다.

내 생각이 담기지 않은 글은 싫다.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한다.

옛 선비들의 가르침을 따라 다상량(多商量)을 실천하려고 한다.

이건 대학생 때 교회에서 배운 큐티(Quiet Time, 묵상)의 방식이 많은 도움이 된다.

그다음에는 글쓰기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글쓰기 장소는 아무 데에서나 가능하지만 시간은 언제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내가 해야 하는 그날의 업무를 마쳐야만 그날의 글쓰기를 할 수 있다.

이것 때문에 내가 글을 올리는 시간이 매번 일정하지 않다.

나의 하루가 그날그날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어찌어찌 꾸려왔다.

글쓰기를 마치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나면 지친다.

하루의 숙제를 막 끝냈다는 느낌이다.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때부터 휴대폰에서 알림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누군가 내 글을 열어봤다는 신호다.

그중에는 브런치 작가들도 있다.

그들이야말로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나는 글쓰기만으로도 지쳐버리는데 그들은 나 같은 사람의 글까지도 읽는다.

어떤 이들은 거기에 댓글까지 달아준다.

나도 브런치 활동을 시작할 때는 브런치에 푹 빠져서 여러 작가들의 글들을 읽고 댓글을 달아주느라 즐겁게 보냈다.

하지만 점점 내 일상을 지키기에 급급해서 다른 작가들의 글은 1주일에 두세 번밖에 보지 않는 것 같다.

참 게으른 브런치 작가이다.

나 때문에 구독자가 한 명 늘어났다고 좋아했던 작가들에게는 자신의 글을 제대로 읽지 않는 배신자 같은 작가이다.




브런치 작가는 심심풀이로 글이나 끄적이는 한량이 아니다.

매일 일상의 업무를 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사색하고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글을 다듬어가는 사람들이 브런치 작가들이다.

자기 자식과도 같은 글들이 과연 사람들에게 읽힐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출판사로부터 거절 메일을 받을 때마다 자신의 부족함을 한탄하며 좌절의 늪에 빠져들기도 한다.

더 이상 글이 써지지도 않고 쓸 거리가 생각나지도 않아 속으로 ‘이제 그만할까?’ 읊조리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전에 자주 보이던 브런치 작가들 중에 상당수가 소식이 없다.

새로 올라오는 글들도 뜸하다.

잠시 브런치에서 휴가를 떠나는 작가들도 있다.

하지만 결국 브런치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한 번 브런치에 발을 들인 작가에게 브런치는 중독처럼 그를 끌어들인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브런치 작가로 살아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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