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은 절대로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by 박은석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있다.

부지런하면 그만큼 대가를 얻는다는 교훈으로 많이 쓰인다.

과거 농경사회였을 때는 진리처럼 받아들였을 것이다.

농사를 지으려면 일단은 부지런해야 했다.

농작물의 수확을 얻으려면 기본적으로 땀을 많이 흘려야 했다.

땀을 흘리지 않고 수확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흥부가 박을 따서 금은보화를 얻었지만 그것도 그냥 얻은 것이 아니다.

지붕의 박을 따고 톱으로 슬근슬근 잘랐을 때에 얻을 수 있었다.

기적 같은 일이었지만 그 기적 같은 일도 땀을 흘려서 얻은 것이다.

나도 어렸을 적에 밭일을 거들었던 적이 있었다.

공휴일에 할머니를 따라서 밭에서 김매기를 했는데 아마 오월의 햇살 따가운 어느 날이었다.

그날 할머니는 나에게 땀이 나더라도 김매기를 잘해야 먹고살 수 있다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이 너무 싫어서 커서도 절대로 농사꾼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때의 다짐대로 나는 농사꾼이 되지 않았다.

어려서 배웠던 김매기, 보리이삭 베기, 콩 타작 등은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낯선 일이 되었다.

아마 지금 내 손에 호미를 쥐어주며 김매기를 하라면 엉뚱한 것을 뽑을 것이다.

미래의 일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중에라도 귀농을 한다거나 작은 텃밭을 영근다거나 하는 일은 안 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농사일을 천하게 여긴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나는 하기 싫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 농사일을 거들면서 배운 것은 있다.

그것은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아무리 오뉴월의 햇살이 따갑더라도 부지런히 일을 하며 땀을 흘려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부지런히 일을 했다고 해서 항상 수확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어느 해인가는 수박을 수확하기 직전에 태풍이 불어닥치는 바람에 수박밭을 통째로 갈아엎어야 했던 적도 있었다.

그래도 그때도 부지런히 땀을 흘렸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배웠다.

사람이 자기 해야 할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그다음에는 하늘의 은총을 기대하라고 했다.

부지런히 일하고 땀을 흘리는 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이고 열매를 맺고 추수하게 하는 것은 하나님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인정한다.

그런데 땀을 흘리더라도 어느 만큼 흘려야 하는지 알고 싶다.

예를 들면 땀에 흠뻑 젖은 셔츠가 100벌이 되면 풍년이 될 것이라는 식의 조건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일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 같다.

그까짓 것 100일 동안 땀 흘려보자고 흔쾌히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조건은 애당초 주어지지 않는다.

그냥 땀을 흘리고 흘리다 보면 수확을 보게 될 것이라는 말만 있다.

그러기 때문에 나같이 의지가 약한 사람은 중간에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땀을 흘리고 흘려도 전혀 변화가 없는 것 같을 때 ‘에잇! 그만 두자!’하는 마음이 생긴다.




제크의 콩나무처럼 어제 심었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하늘까지 자라는 콩나무는 이 세상에 없다.

콩나물시루에 하루 이틀 물을 부었다고 해서 콩나물이 쑥쑥 자라지는 않는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며 매일매일 부어야 콩나물이 자란다.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자란다.

전혀 표시가 나지 않는 날들이 쌓이고 쌓여서 싹이 나고 줄기가 자라고 이삭이 영근다.

꽃이 피고 잎이 푸르르고 열매가 맺힌다.

공부 잘하는 학생의 공부 비결은 계속 공부하는 것이다.

운동 잘하는 선수의 비결은 계속 운동하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1등을 못했다고?

열심히 운동을 했는데 국가대표가 안 됐다고?

1등이 아니어도, 국가대표가 아니어도 남들보다 잘하게 된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1등인 학생이나 국가대표인 선수에게 물어보면 그들도 땀을 많이 흘렸다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가 땀을 배신할지언정 땀은 절대로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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