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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n 02. 2022

인생의 중요한 것들은 일상의 삶 속에 있다


점심시간을 조금 넘겨서 한가할 것 같은 시간에 잘 아는 중국집에 갔다.

짜장면 한 그릇 시켜서 앉아있는데 주인 내외와 친분이 있는 분이 들어와서 내 앞에 앉았다.

초면인데도 내가 아는 분의 친구라니까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떻게 서로 알게 되었냐는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사람 살아가는 것이 뭐 별것 있냐며 가족들이 건강하고 형제간에 우애가 있으면 그게 제일이 아니겠냐는 이야기로 연결되었다.

그분은 인품이 중요한데 가정에서 자연스레 인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내가 맞장구를 쳤다.

또 이런 말 하기는 뭐 하지만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집안을 살펴봐야 한다고도 했다.

그 말에도 맞장구를 쳤다.

나도 결혼을 앞둔 이들을 만나면 결혼은 둘이 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문이 하는 것이라고 말을 해 준다.

내가 우리 집안의 대표자라는 생각을 하라고 권면해 준다.




집안마다 그 집안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서 그 집안 식구들의 생각과 삶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그래서 여러모로 안정된 집안에서 성장한 사람은 그 성품이나 삶도 대체로 안정적이다.

반면에 불안정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성품도 들쭉날쭉하고 대인관계에도 어려움이 많고 일 처리하는 방식도 어딘가 어수선한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이런 단점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사람이 꼭꼭 숨겨놓았기 때문에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일이든 인간관계든 열심히 하니까 다들 좋은 사람이라고 평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씩 흐르다 보면 그 사람의 진면목도 조금씩 드러난다.

그러니까 나와 깊은 인연을 맺어야 할 사람이라면 시간을 두고 여러 각도에서 그 사람을 살펴봐야 한다.

앞모습만 보지 말고 옆모습도 보고 뒷모습도 봐야 한다.

사람 하나 잘 들어오면 집안이 살아나고 사람 하나 잘못 들어오면 집안이 망할 수 있다.




여기까지 그분과 신나게 맞장구를 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그다음에 내가 질문을 던졌다.

누가 보더라도 막장 집안인데 그런 집안에서도 성인군자 같은 위대한 인물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런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고 여쭈었다.

역시 인생의 깊이가 있어서 그런지 그분은 막힘없이 대답해주셨다.

집안에서는 본받을 사람이 아무도 없었겠지만 집 밖에서 누군가 그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쳤을 것이라고 했다.

선생님이든지 친구든지 아니면 한 번 스쳐가듯 만난 사람이든지 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 영향을 받고서 그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기에 훌륭한 성품의 사람이 된 것 아니겠냐고 했다.

와우! 놀라운 통찰력이었다.

하버드대학교의 조지 베일런트 교수가 쓴 인생성장보고서 <행복의 조건>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75년간 행복을 연구한 로버트 윌딩어 박사가 내린 결론이기도 했다.




어떤 집안에서 태어나서 집식구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느냐?

집 밖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서 어떤 영향을 받느냐?

그런 영향을 받아서 내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서 나의 행복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는 이 사실을 알아내려고 무려 75년 동안 연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 먹으면서 동네 아줌마로부터 그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된 것이다.

우리 동네 중국집에 한 번 왔으면 후딱 해치울 문제였는데 그 똑똑한 하버드대학교 연구진들이 75년 동안 고생고생했다니 우습기도 하다.

인생의 중요한 진리들은 학교에서만 배우는 게 아니다.

연구실에 틀어박혔다고 배워지는 것도 아니다.

그날그날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배운다.

그들과 주고받는 소소한 말 한마디 속에서 배우고 그들과 함께 하는 일 속에서도 배우게 된다.

인생의 중요한 것들은 일상의 삶 속에 다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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