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May 23. 2022

김형석 교수님이 위대한 스승이신 이유


요 며칠간 김형석 교수님의 책들을 읽고 있다.

이미 <백 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으로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셨는데 100세를 훌쩍 넘기고서도 계속 책을 내고 계시다.

김형석 교수님의 책은 언제 읽더라도 도움이 된다.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기에도 좋다.

100세가 넘은 고리타분한 할아버지가 아니시다.

그분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책의 내용은 굉장히 깊고 넓지만 표현은 굉장히 쉽게 하신다.

그래서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는 부담이 없었는데 책을 놓을 때쯤 되면 마음에 큰 부담이 생긴다.

“그건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지 그래요?”라고 권하신다.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대로 생각하다 보면 깊고 깊은 사고의 바다에 풍덩 빠지게 된다.

‘맞다.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라는 탄성을 여러 번 지른다.

나도 나 자신이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선생님의 글을 보면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1920년에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태어나셨다.

십 대의 나이에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을 경험하셨다.

신사참배, 학도병, 전쟁, 독립운동이란 단어들이 나에게는 먼 옛날 조상들의 이야기로 다가오지만 그분에게는 자신의 이야기이다.

스물다섯에 조국의 해방을 맛보았고 서른에 한국전쟁을 경험하셨다.

아직은 신혼이었을 시절에 어린 아들을 안고 고향을 떠나셨다.

남쪽에 겨우 둥지를 틀고 여섯 명의 자녀를 키우셨다.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악착같이 살아오셨다.

60년대 70년대를 살았던 청년들에게 인간답게 사는 게 어떤 것인지 가르치셨다.

오래전에 죽은 사람들의 철학을 가르치신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철학을 가르치셨다.

그분의 가르침은 20세기에만 먹힌 줄 알았는데 21세기에도 먹히고 있다.

단순히 오래 사셨기 때문에 가르치시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계시기 때문에 가르치시는 것이다.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었기 때문에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후에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시작했다.

동생들을 뒷바라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분의 어머니께서 동생들 걱정은 하지 말고 공부하라고 하셨다.

학비는 도와주지 못하지만 고학이라고 해서 공부하라고 떠미셨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 유학길에 오르셨다.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던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오래된 철로 위를 한 여인이 걸어오고 있었는데 머리에는 커다란 짐을 이고 있었고 두 손에도 무거운 짐을 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여인을 보았는데 바로 자기 어머니이셨다.

그 먼 길을 무거운 짐을 들고 오셨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그 무거운 짐을 좀 들어드리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어머니는 “이것들은 내가 갖고 가야 할 내 인생의 짐이고 너에게는 네가 져야 할 인생의 짐이 있다. 나는 힘들어도 그대로 가야겠다.”라고 하셨다.




김형석 선생은 꿈에서 어머니의 말을 듣고 엉엉 울다가 그 소리에 잠에서 깼다고 한다.

잠에서 깨고 나서도 한동안 울음을 참지 못하셨다.

그리고 비록 꿈이었지만 그 꿈을 통해 인생의 깊은 의미를 하나 발견하셨다.

선생은 “각자 무거운 짐을 지고 허락된 시간을 걷는 것이 인생일지도 모르겠어요.”라고 그 술회를 밝히셨다.

100세가 넘은 어르신이 몸도 힘든데 굳이 강연을 하고 책을 쓰시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이 당신의 짐이고 당신에게 허락된 시간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남들은 힘든 일이라고 만류하는데 선생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라고 한다.

선생님께서 살아오신 인생의 여정을 살짝만 들춰 보면 어느 순간에라도 손을 놔버릴 수 있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당신께서 지셔야 할 인생의 짐을 짊어지셨고 오늘까지 묵묵히 그 짐을 지고 가신다.

그래서 위대한 스승이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 상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