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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n 04. 2022

삶의 의미가 우리를 살게도 하고 죽게도 한다

조던 B. 피터슨의 <의미의 지도>를 읽고 끄적끄적...

     

‘다른 사람들은 다들 잘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든가?’ 하는 고민을 할 때가 있다.

뭔가 해 보려고 해도 일이 잘 안 풀릴 때가 있다.

만약에 절대자나 조물주가 있다면 그분이 나에게만 유독 장난을 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뭘 잘못했나?’ 성찰도 해 보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인생살이의 모든 영역에서 인과응보의 법칙이 적용된다면 사실 할 말이 없기는 하다.

나도 실수하고 잘못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못되게 굴기도 한다.

나 자신에게는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어쨌든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 아니냐고 따진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인과응보의 법칙으로 보더라도 세상은 공평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나보다 더 못된 사람이 나보다 더 잘 살기도 한다.

나보다 더 벌을 받고 더 망해야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그런 경우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은 상대방 주자들을 향해 비난을 쏟아부으면서 자신이 당선되면 살기 좋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라 한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태평성대의 시절이라 하더라도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불합리한 것도 있고 부조리한 것도 있고 불공평한 것도 있다.

손해를 보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환경에 처하면 마음이 굉장히 혼란스러워진다.

남들은 멀쩡한데 나만 이상하게 된 것 같기 때문이다.

꼭 우리 동네 먹자골목을 지나갈 때 내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

‘저 사람들은 뭐가 잘 풀렸기에 저렇게 호탕하게 웃으며 실컷 먹고 마실까? 음식값도 만만치 않을 텐데 돈은 누가 낼까?’ 반면에 하루 종일 정말 열심히 일을 하는데도 간당간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살면 살수록 세상이 가혹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토론토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였던 조던 피터슨은 <의미의 지도(Maps of Meaning)>라는 책에서 세상이 불합리하고 부조리하고 불공평하다고 느낄 때 신화를 생각해 보라고 했다.

신화를 보면 온갖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갑자기 불어닥친 재난과 질병, 전쟁과 죽음의 이야기들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전혀 질서가 잡혀 있지 않은 것 같은 상황들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그 상황들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 생각하게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에게 주어진 현실을 어떻게든 해석하게 만든다.

신화는 우리에게 삶의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이해하게 해 준다.

사람들은 인생의 정답을 찾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게 아니다.

사람들은 정답이 아니라 인생의 의미를 찾고 있다.

인생을 조금이라도 살아본 사람은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기에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삶이 의미 없다고 여기는 순간 그 사람은 살아갈 마음을 잃어버린다.

의미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된다.

전장에서 많은 무공을 올리고 장렬히 전사한 사람을 영웅이라고 부르는데 그건 사람들이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의미가 부여되지 않았다면 괜한 싸움에 끼어들어서 개죽음당한 꼴이라고 할 수가 있다.

아니면 싸움을 부추긴 사람들의 선동에 끌려 나온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라고 하든지 말이다.

이처럼 사람은 의미 때문에 살기도 하고 의미 때문에 죽기도 한다.

사람의 살아가는 모든 과정이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이다.

그러니까 의미라는 지도를 들고 의미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곧 인생이다.

우리를 정작 힘들게 하는 것은 부조리한 세상의 모습이 아니다.

자연재해와 전염병, 전쟁 같은 게 아니다.

우리를 너무나도 힘들게 하는 것은 의미를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다.

의미여! 나에게서 도망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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